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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MBC ‘한강수 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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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MBC ‘한강수 타령’

입력
2004.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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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엄마노릇 하기 싫을 것 같은 자식들 이야기. 큰 딸은 7년 동안 밥 사주고 술 사주고 ‘할 거 다하며’ 결혼을 기대했던 남자에게 배신 당하고, 둘째 딸은 헛바람만 들어 돌아다니다가 유부남과 사귄다. 그뿐인가. 아들은 어디서 여자 하나를 데려오더니 그 아이 구박 좀 했다고 집을 나가버린다. 게다가 사실 그 아들과 막내 딸은 친자식이 아니다.그런데 신기하게도 MBC ‘한강수 타령’을 보면 웃음이 난다. 큰 딸 가영(김혜수)은 남자친구 준호(김석훈)에게 차이더니 이내 왕자병 기질이 조금 심각하지만 꽤 그럴듯한 남자 신률(최민수)을 만나 연애 중이고, 속 썩이는 작은 딸 나영(김민선)은 그래도 "내가 부자 되면 우리 엄마 계속 구박할거야. 엄마, 왜 열 손가락에 금반지 안 끼었어? 왜 고기 더 안 먹어?"라고 말 할만큼 엄마(고두심)를 사랑한다. 사고만 치는 아들 수영(최성준)도 가족들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서로 몰래 돈을 부쳐준다. 늘 바람 잘 날 없지만, 그들은 자신을 ‘불행한 사람’이나 ‘비극의 주인공’으로 자학하거나 착각하지 않는다.

‘한강수 타령’의 가족들은 문제를 일으킨 사람을 ‘문제아’로 몰지 않는다. 다만 그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할 뿐이다. 이유? 세상이 바뀌었거든. 남자친구 하나 사귄 게 무슨 죈가. 괜찮은 남자 또 사귀면 되지. 유부남 사귄 게 그리 큰 잘못인가. 정신차리고 살면 되지. KBS2 ‘애정의 조건’에서야 남자가 여자의 인생을 망칠 수도, 구원할 수도 있었지만(웩!), 요즘 여자들이 왜 그렇게 살아야 하나. 답답해 하는 것은 여전히 딸들 소문 나쁘게 날까 두려운 ‘세상에서 제일 착한 울 엄마’뿐이고, 그 엄마는 다 큰 딸들을 힘으로는 통제할 수 없다. 자식들은 바로 그런 엄마의 ‘힘’이 아닌 ‘사랑과 희생’ 때문에 가족을 유지한다.

오히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가영은 처음엔 준호가 부자여서 좋아했다고 고백하고, 나영은 가난한 집 자식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사귀던 부잣집 아들에게 멸시를 당한다. 나영과 강수(봉태규)가 방법은 전혀 다르지만 악착같이 돈을 벌려는 이유가 여기 있다. 문제는 여성의 과거나 행실이 아니라, 없는 집 자식, 특히 여성은 돈 없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오해와 편견에 시달릴 수 있는 구조적인 빈부격차에 있다. 인정하기 싫다고? 그럼 신률처럼 자신의 모습이 ‘최민수 시리즈’의 패러디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하든지, 준호처럼 새 애인이 가영처럼 안 해준다고 다시 가영에게 사랑을 구걸하는 ‘웃기는 놈’이 될 각오 정도는 하는게 좋다.

‘한강수 타령’은 지금의 가족, 특히 급변한 여성의 가치관의 다름을 긍정하면서 그로 인한 가족의 변화와 그 가족에 관한 문제들을 맛나게 집어낸다. 한강수는 장구한 세월을 흐르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은 늘 변화하듯, 주말드라마도 늘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지만 시청자나 드라마나 조금씩은 변한다. 특히 이 작품이 가족드라마를 거의 평생토록 써온 김정수 작가의 작품임을 생각하면, 대가의 연륜과 변화의 수용이 더 놀랍다. 이 분 작품에서 ‘싸이 홈피’ 얘기가 나올 줄이야!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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