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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인 女유학생 아크프나르씨의 기막힌 출국/ "한국이 그리 매정한 나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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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인 女유학생 아크프나르씨의 기막힌 출국/ "한국이 그리 매정한 나라입니까"

입력
2004.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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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좋고, 한국을 알고 싶어 10년째 한국어를 공부하던 터키 유학생이 출입국관리소의 무성의와 차별로 서운함만 안고 우리나라를 떠났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외삼촌을 통해 한국을 알게 돼 앙카라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술탄 훼라 아크프나르(33·여)씨는 그간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서 국문학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하지만 박사논문 발표를 눈앞에 두고 체류비자가 연장되지 않아 8일 오후 결국 고국행 비행기를 탔다. 그는 "한국에서 공부하는 나를 자랑스러워 하시던 부모님께 공부도 마치지 못하고 쫓겨났다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아크프나르씨는 1995년 터키 앙카라대 동양어문학과 졸업 후 서암학술재단 초청 장학생으로 입국했다. 서울대 국문과에서 ‘중세 국어의 연구’라는 주제로 공부를 시작해 99년 석사학위를 받고, 2002년 박사과정을 마친 뒤 2년간 논문작성에 매진했다.

‘훈민정음 연구’란 논문이 거의 마무리된 지난달 29일. 그는 비자 만료시한(10월31일)을 앞두고 서울 목동 출입국관리소를 찾아 준비한 서류를 제시했지만 뜻밖에도 결과는 ‘절대 불가’였다.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은 ‘박사과정 수료 후 2년 이상 국내에 머물 수 없다’는 법무부 지침만 설명하고 "당장 비행기표를 끊지 않으면 불법체류자가 된다"는 말만 거듭했다.

그는 연구생증명서와 성적증명서, 지도교수 의견서, 앞으로 6개월간 장학금 지급을 약속하는 교육부의 장학금 증서 등 서류들을 제출했지만 출입국관리소 직원은 이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대신 "한국에 남아 돈을 벌려는 것 아니냐" "비행기표 사놓고 쇼핑이나 하다 가라"는 황당한 이야기만 했다. 그는 "범죄자도 아닌 내가 한국에 대한 공부를 마무리하고자 조금만 더 머물려 했을 뿐인데 비자연장은커녕 이런 취급을 받게 돼 황당했다"며 "한국에 대해 갖고 있던 모든 좋은 기억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듯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월 본보 오피니언란 ‘한국에 살면서’ 코너에 ‘기타외국인 차별 심해’란 글을 기고했다. 당시 "출입국관리소 창구가 ‘미국인(USA)’과 ‘기타외국인(other foreigners)’으로 나뉘어 있고, 충격적인 것은 직원들이 그들을 대하는 차별적인 태도"라며 ‘한국에 매춘하러 왔느냐’는 질문까지 받아야 했던 러시아 동료의 사연을 소개했다. 하지만 6개월 후 그는 같은 곳에서 비슷한 대접을 받은 것이다. 그는 "기타외국인 창구에서는 그 누구도 내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면서 "매달려 사정이라도 할까 했으나 조국 터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수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출입국관리소 측은 뒤늦게 "지도교수의 추천서와 학업계획서를 가져오면 비자를 연장해 줄 수 있다"며 "하지만 아크프나르씨는 이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국유학은 권할 만해요. 하지만 기한 내에 정확히 과정을 끝내지 못하면 자칫 불법체류자가 돼 쫓겨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거예요." 한국 유학을 꿈꾸는 이들에게 전해 주고 싶다며 한마디 남긴 뒤 아크프나르씨는 씁쓸히 탑승구로 들어섰다. 그의 이메일 주소는 sferahakpinar@hotmail.com

글·사진=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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