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더 타임스지는 지난주 세계 상위 200개 대학 명단을 발표했다. 서울대는 119위. 아시아에서조차 일본 도쿄대(12위) 중국 베이징대(17위)는 물론, 싱가포르국립대(18위) 홍콩유니버시티(39위) 인도공대(41위) 대만국립대(102위) 등 12곳보다 순위가 처진다. 얼마 전 중국 자오퉁대에서 발표한 세계 500대 대학순위에서는 서울대가 153~201위권에 그쳤다. 해마다 전국에서 우수한 학생은 싹쓸이를 하는데도 이 모양이다.■ 서울대가 우물안 개구리인 것은 당연한 결과다. 교수들의 학술연구 저서는 2001년 886권에서 지난해 508권으로 줄었다. 논문실적은 2002년 대비 100건 이상 감소했다. 연구의 질적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논문 영향력 지수(IF)는 국내 대학 중 10위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교수 1인당 학생수는 19.1명으로 도쿄대 9.8명, 베이징대 10.1명, 하버드대 9.3명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나 언론사에서 실시하는 전국 대학평가결과를 봐도 서울대는 최고 수준의 대학과는 거리가 멀다.
■ 일부 교수들은 연구보다는 프로젝트 수주에 더 골몰한다. 강의보다는 보직에 관심이 많고 선거 때면 정치판을 기웃거린다. 학생들도 ‘간판’이 보장되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다. 한 통계에 따르면 하버드, MIT생들은 하루 평균 4~7시간 공부하는 반면 서울대생들은 2시간에 불과하다. 그나마 각종 고시와 취업준비에 쏟는 시간이다. 대학 당국은 고품질의 교육시스템 확보보다는 양적 팽창에만 매달려 왔다. 이쯤 되면 국제경쟁력이니 학문 연구의 질적 수준 향상이니 하는 말을 논하기도 민망하다.
■ 지금 서울대는 존재 의의에 대한 회의마저 일 만큼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서울대 폐교론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서울대도 위기의식을 느끼고는 있는 것 같다. 서울대 대학신문이 최근 한 달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서울대가 심각한 위기상황이라고 답변한 교수는 62.9%, 학생은 38.8%에 달했다. 그러나 별로 변화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서울대가 입시제도에 쏟는 관심의 절반만큼만 교육의 질적수준을 높이는 데 기울여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을까.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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