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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파행 12일… 610개 안건 처리 올스톱/ 정쟁에 민생만 멍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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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파행 12일… 610개 안건 처리 올스톱/ 정쟁에 민생만 멍든다

입력
2004.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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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는 민생 법안의 무덤’입만 열면 "민생·경제" "일하는 국회"를 외쳐 온 여야가 국회를 12일이나 공전시키며 민생 법안을 거들떠 보지도 않는 상황을 비꼰 말이다. 여야 의원들은 이에 대해 "지나친 매도"라며 발끈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정부가 지난 달 제출해 국회 교육위에 계류 중인 학교 급식법 개정안을 보자. 위생 관리 기준 도입과 우수 농산물 사용 의무화 등 학교 급식의 질을 파격적으로 개선하는 내용으로, 여야가"아이들의 먹거리 앞에서 여야가 있을 수 없으니 앞당겨 처리하자"고 다짐했던 법안이다. 그러나 국회 일정이 지연되면서 법안 심사는 기약이 없는 실정이다.

여성위에 회부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셋째 자녀부터 보육료와 양육비 전액을 국가가 지원하는 근거를 마련하고’(한나라당 안상수 의원 발의), ‘농어촌 보육시설 기준을 완화하고 재정을 개선’(우리당 김현미 의원 발의)한다는 의원입법 2개가 핵심이다.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의원 입법 안이라 국회가 정상 가동된다 해도 원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지만, 잔뜩 기대를 걸었던 학부모들은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이 같은 순수 민생 관련 법안 외에도 기금관리 기본 법안과 민자 유치 법안, 민간 주도복합도시 개발 특별법안, 경제 자유구역 법안 등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최근 여당 측에 "최소한 이것만이라도 통과시켜 달라"고 호소한 주요 경제 관련 법안들도 올 스톱된 상태다.

공정거래법과 국민연금법도 여야가 각각 정반대의 개정안을 내놓은 상황에서 기 싸움으로 변질돼 내팽개쳐진 것이나 다름 없다.

이 밖에 비정규직 보호 관련 법안과 주택법 개정안, 식품위생법 개정안 등 ‘먹고 사는’문제와 직결된 법안들이 여야의 정쟁 때문에 발목이 잡혀 있다.

각 부처는 특히 예산안 심의 전에 각 상임위에서 처리돼야 하는 예산 부수 법안들이 무더기로 묶여 있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재경위엔 세금 감면 관련 법안 45건이 계류 중이며, 추곡수매가 동의안과 외국인 투자 촉진 법안, 주한미군 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지원 특별 법안, 민주유공자 예우 법안, 중소기업 진흥 및 제품 구매 촉진법 개정안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8일 현재 각 상임위에 계류 중인 의안은 법률안 568건(정부안 125개)과 각종 결의안과 예산안 등 모두 610건. 국회가 공전하면서 모든 법안의 심의 및 처리가 완전 중단된 상태다. 9일 극적으로 국회가 정상화 된다 해도 정기국회가 끝나는 2일까지 17개 상임위에서 평균 33.4개씩의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수박 겉핥기식 심사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국회 일정이 지연됨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 심의도 출발부터 지각이다. 여야는 당초 4일 상임위별 소관 부처 예산안 심사에 이어 15일 예결특위의 예산안 심사를 시작해 다음 달 2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일정을 잡았었다. 이는 "다음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는 헌법규정에 따른 것으로, 여야가 가까스로 이를 지킨다 해도 날림 처리는 피할 수 없다.

국회 관계자는 "혹시나 했는데 연말 마다 여야가 예결위를 볼모로 잡아 정쟁을 벌이는 고질병이 17대 국회에도 되풀이될 것 같다"며 혀를 찼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헌법 제54조 2항

정부는 회계연도마다 예산안을 편성하여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이를 의결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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