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법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지만, 우리는 어느 행동이 지나칠 때 "오버한다"는 표현을 쓴다. 이와 관련, 한 사회평론가가 얼마 전 우리 사회를 ‘오버하는 사회’라고 규정한 바 있다. 최근의 정치권, 특히 한나라당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오버의 정치’, ‘오버하는 한나라당’이라는 표현이 자꾸만 떠오르게 된다.최근의 국회파행이 정확히 그러하다. 우선 문제의 원죄라고 할 수 있는 이해찬 의원의 총리임명부터가 오버였다. 지난 주 이 난의 "예정된 사고"에서 비판했듯이 아무리 이해찬 카드가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 총리를 낙마시킨 당을 장악하고 대권주자인 김근태, 정동영 장관들을 견제하기에 절묘한 묘수라고 하더라도 노무현 대통령이 이 같은 정략적 필요성에 의해 독선적이고 문제가 많은 이해찬 의원을 총리로 발탁한 것은 오버였다. 이번 사태의 발단인 이 총리의 발언들도 마찬가지다. 내용만 떼어 놓고 보자면, 일부 수구언론과 한나라당의 과거행적에 대한 이 총리의 비판은 크게 보아 맞는 이야기이다.
문제는 아무리 그것들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총리가 할 이야기로서는 적합하지 않았던 오버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총리의 발언이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국회일정을 거부하고 정기국회를 열흘이상 무력화 시키고 있는 한나라당의 대응은 이 총리의 몇 배 이상으로 오버하고 있는 것이다.
한심한 것은 한나라당의 오버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봄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에 대해 탄핵이라는 오버를 했다가 지옥 문 앞까지 다녀온 경험이 있다. 당시도 지금과 매우 비슷했다. 여러 말 실수를 하는 등 노 대통령이 잘못했다는 여론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노 대통령의 탄핵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 가운데 노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강경론을 고수하는 오버를 하고 말았다. 게다가 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대우건설사장이 자살하는 악재까지 터졌다.
이에 일반 여론뿐 아니라 노 대통령에 우호적이었던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도 비판적으로 돌아섰고, 자신감을 얻은 한나라당은 민주당과 함께 탄핵을 강행하는 오버를 하고 만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떠했는가는, 지옥 문 앞에서 기사회생한 한나라당이 더 잘 알 것이다. 한마디로, 탄핵강행이라는 열 골짜리 자살골을 넣음으로써 여론을 무시한 강경대응으로 두 골짜리 자살골을 넣은 노 대통령을 완전히 살려주고 만 것이다.
이 같은 뼈아픈 경험을 몇 년 전도 아니고 바로 반 년 전에 하고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으니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결국 이 총리의 독선과 오버를 한나라당의 더 큰 독선과 오버로 용서하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 탄핵으로 그 곤욕을 치르고도 이 총리 해임건의 운운 하고 있으니 할 말이 없다. 게다가 부시대통령의 재선에 고무되어 더욱 오버하고 나설 것을 생각하면 걱정이 태산 같다.
최근 한나라당의 중진인 김형오 의원이 두 번의 대선실패에도 불구하고 변화하지 못하는 한나라당은 바보 정당이라는 자아비판을 했지만, 한나라당은 바보 정도가 아니라 중증치매 환자임에 분명하다. 만에 하나 이 같은 정당이 집권해 이 나라를 좌지우지할 생각을 하니 아찔하기만 하다. 이 점에서 노 대통령, 이 총리, 그리고 열린우리당은 복 받았다. 아무리 오버를 하고 사고를 쳐도 한나라당이 더 크게 오버를 하고 더 큰 사고를 쳐 다 용서 받게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뒤집으면 "누가 더 잘하나"가 아니라 "누가 더 못하고 더 오버하나"하는 경쟁이나 보고 있어야 하는 우리 국민은 지지리도 복이 없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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