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나의 이력서]IT계의 선구자 이용태 <38> 美 자회사 에버라텍 설립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나의 이력서]IT계의 선구자 이용태 <38> 美 자회사 에버라텍 설립

입력
2004.11.08 00:00
0 0

삼보의 두 번째 자랑거리는 에버라텍이다. 우리는 2003년 4월 미국에서 100% 출자한 자회사 에버라텍을 설립한 뒤 우리 상표로 노트북을 출시했다. 그리고 큰 성공을 거뒀다. 올해 9월 미국 소비자 시장에서 에버라텍은 9.3%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노트북은 물론 정보기술(IT)에 관한 한 세계적 대기업인 HP와 도시바, 컴팩, 소니에 이어 5위다. 빡빡하고 빈틈이 없는 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상표를 들고 나와 단숨에 시장 점유율 5위에 오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성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우리는 이미 데스크톱을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수출, 미국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 상표로 노트북을 수출하고 있다. 상표와 제품도 다르니 시장에서 부딪칠 일도 별로 없다.

삼보는 애초 거대 고객인 미국의 대기업들에게 데스트톱만 사갈 게 아니라 노트북도 사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그들은 한 제조업체에 너무 많이 의존하는 건 위험하다고 판단, 응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노트북은 우리 상표로 직접 나갈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낙담했지만 이런 상황은 우리로 봐선 전화위복이 됐다. 데스크톱은 1년 성장률이 3.6%에 불과한데 반해 노트북은 아직도 고도 성장하는 제품으로 성장률이 15%에 달한다. 수익률도 데스크톱에 비해 휠씬 좋다. 많이 팔 수 있고 이문도 쏠쏠하다는 얘기다.

미국 시장이 재미있는 것은 이런 점이다. 한국에서는 회사가 너무 잘 돼도 망하는 수가 적지 않다. 주문이 밀려 물건이 갑자기 많이 팔리면 운영 자금도 급격히 증가, 자금난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의 은행들은 이런 경우 담보를 요구하는 것 외에 적극적인 구제 노력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담보 능력이 부족하면 흑자도산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미국에선 그렇지 않다. 만약 우리가 물건을 많이 팔 능력만 있다면 최대한 빨리 어음을 할인, 현금화해준다. 에버라텍의 경우 부품을 구매한 날부터 제품을 팔 수 있는 날까지 약 20일 정도 걸린다. 그런데 부품을 구입한 대금은 47일 후에 지급하면 된다. 돈이 먼저 들어오고 27일이 지난 다음에야 돈이 나가 그 기간 동안의 차액이 은행에 현금으로 쌓이게 된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미국의 중소 기업들은 우수한 제품만 만들면 운영 자금 부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에서 무일푼으로 이민간 사람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이뤄 하루 아침에 대사업가가 되는 것도 금융시장의 이런 융통성 덕택이다. 한국 같이 담보 대출만 있는 나라에서는 부러울 따름이다.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삼보가 연 매출 2조원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여러 번 겪은 최대의 고초가 바로 이점이었다. 판매량이 급격히 늘 때면 언제나 은행이 우리의 피를 말리게 했다.

다행히 미국에서 뿌리를 내린 에버라텍은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내년 3월부터는 우리도 현금을 쌓으면서 사업을 확대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그러면 삼보는 미국에서 또 한번 이머신즈의 성공 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랜 세월에 걸쳐 삼보는 미국 시장에서 온갖 쓰라림과 기쁨을 다 맛 보았다. 그 경험들이 쌓여 이제는 성숙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나는 생각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