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은 국가를 조직하고 움직이는 근본원리, 국가이념과 통치구조 및 기본권에 관한 국민적 합의를 담은 최고의 법이다.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이상을 구현하려면 헌법 원리와 제도를 국민이 올바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볼 때, 초 중 고교 사회교과서에 헌법과 기본권에 관해 잘못된 내용이 많다는 헌법재판소의 연구결과는 우려를 갖게 한다. 국민의 헌법 인식과 법의식이 성숙하지 못한 사회가 다음 세대의 헌법 교육마저 소홀히 한다면, 민주주의 발전도 그만큼 더딜 수밖에 없다.헌재가 지난해부터 연구팀을 구성해 사회교과서 15종 30권을 정밀 검토한 결과, 헌법을 민법 상법 등 일반법률의 하나 정도로 다룬 것이 우선 두드러졌다. 또 개인의 기본권은 공공복리를 위해 양보해야 하는 것으로 기술한 것이 지적됐다. 우리사회가 오랜 권위주의 시대의 인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이 교과서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풀이다.
헌재가 찾아 낸 오류에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근로의 자유로 잘못 기술한 것도 있다. 행정 행위의 위법여부를 다투는 행정재판을 손해배상청구소송으로 엉뚱하게 설명한 교과서도 있다. 헌재는 준법정신을 강조하기 위해 ‘악법도 법’이라고 말한 소크라테스의 일화를 소개하는 것도 실질적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오늘날의 헌법체계에서는 부적절 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교 ‘법과 사회’ 교과서가 헌재와 헌법재판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 점은 우리사회가 탄핵과 위헌 논쟁으로 심각한 갈등을 겪은 것에 비춰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헌재의 역할을 부당하게 폄하하는 이들은 냉소할지 모르나, 헌법과 헌법재판의 기본권 수호 및 사회 통합기능을 다음 세대나마 올바로 인식하도록 가르치는 것은 민주주의의 장래를 위하는 길이다. 선입견 없이 헌재의 지적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