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경기 화성시에서 발생한 여대생 노모(27·K대 2학년)씨 실종사건이 미궁에 빠져들고 있다. 경찰은 용의자 확보는커녕 노씨의 실종당일 행적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 잇따라 발생한 부천시 초등생 피살사건, 포천시 여중생 피살사건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계획된 범행? 우발적 범행? = 휴대전화, 점퍼, 티셔츠, 청바지, 속옷, 운동화 등 노씨의 유류품이 200~800c 간격으로 도로변에 떨어져 있었던 사실은 수사를 오히려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통상 납치범들은 유류품을 태우거나 숨긴다는 점에 비추어 경찰수사의 혼선을 노린 지능범들의 계획된 범죄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반면 우발적 범죄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노씨의 휴대전화 전원이 켜진 채 발견돼 위치파악이 가능하게 한 것은 비전문가의 우발적 범행 가능성을 말해주는 단서라는 주장이다.
◆ 어디서 사라졌나 = 노씨는 수영을 마치고 화성복지관에서 시내버스에 승차, 집에서 1.3㎞ 떨어진 와우리공단 정류장에 내렸지만 이후 행적이 오리무중이다. 경찰은 노씨가 173㎝의 큰 키로 눈에 잘 띄고 정류장 일대가 번화가인데도 목격자가 없다는 점에서 노씨가 택시 등 차량으로 이동하다가 집 근처에서 납치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화성지역 116대의 택시 기사들에 대한 탐문 결과 택시 탑승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 각종 수사기법 별무소득 = 경찰은 노씨가 탄 버스운전기사와 노씨를 뒤따라 내린 Y(31·여)씨를 상대로 최면수사까지 했지만 이들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해 경찰의 애를 태우고 있다. 경찰은 목격자를 찾기 위해 교통카드 사용자들을 조회하는 한편 노씨의 유류품이 집중 발견된 보통리 저수지의 물빼기 작업까지 했으나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했다. 수사가 제자리 걸음을 걷자 경찰은 헬기를 이용, 수색이 이뤄지지 않은 지역을 중심으로 항공사진까지 촬영했다. 화성경찰서 관계자는 "이 일대 지리를 잘 아는 자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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