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이중섭미술상 수상작가인 동양화가 김호득(54·영남대 교수)씨의 수상기념전이 9~21일 동산방화랑과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린다. ‘흔들림, 문득.’ 혹은 ‘흔들림, 문득.-사이’라는 제목을 앞에 내세운 그림들은 붓에 먹을 묻혀 무수히 찍어나간 점들 속에 작가의 마음의 결을 담고 있다.술에 취한 신선이 일필휘지로 붓을 휘둘러 그려낸 폭포와 계곡 대신 1998년 이후 김호득은 한지 위에 점만 찍어냈다. ‘흔들림’‘문득’‘사이’라는 알 듯 모를듯한 세 단어만 던져놓고 말이다. 폭포나 계곡 같은 눈으로 볼 수 있는 대상으로부터 마음 내부로 눈을 돌린 변화를 두고 "점 작업은 폭포작업에서 분출한 감정을 차분히 제거해나가는 작업이자 마음의 흔들림을, 마음의 결이 만드는 파장을 전달하는 작업"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점들을 찍어가다 보면 빈자리가 서서히 채워지고 채워지면서 한편으로는 지워지고, 있다가 없고, 없었는데 무언가 있어지고… 그런 점들간의 관계의 변화 안에서 흔들림을 느낀다"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반복되는 점 찍기 속에 구멍처럼 흰 여백이 뚫리기도 하고, 점의 방향이 바뀌며 기묘한 형상이 생기기도 하고, 밀집한 점들이 검은 면을 형성하며 흰 여백과 명징한 대조를 이루기도 한다.
‘폭포’ 등에서 보았던 격렬하고 단숨에 휘두른 듯한 붓질을 구사한 신작도 있다. (02)733-5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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