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설원기(53·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장)씨가 3년만의 개인전을 9일부터 이화익갤러리에서 갖는다.‘회오리 바람에 놓친 그녀’(사진),‘기분 째지게 한강 바라보기’‘미끼마우스인생’ ‘짱글’같은 작품 제목에서 눈치챌 수 있겠지만, 그의 작품은 평범한 데서 비범한 것을 찾아내고 형상화하는 유머가 돋보인다.
승용차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대형버스를 타고 청담대교를 건너면서 포착한 생소한 한강 풍경, 동료 교수 전수천씨의 베트남전 참전 이야기를 들으며 떠올린 정글 이미지 같은 구상적 대상을 염두에 두고 그 심상을 가볍고 경쾌한 색채로 표현했다. 덕분에 추상을 주로 해온 그의 작품 성향도 이제는 비구상과 구상의 중간단계로 보인다.
독특하게도 설원기는 캔버스가 아니라 매끈매끈한 동판 위에 유화를 그리고 있다. "캔버스는 물감을 흡수하는 반면 동판에는 그대로 물감이 남기 때문에, 붓질 자국이 남는 동양화의 느낌을 살릴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초등학교 때 미국에 건너가 1993년 돌아올 때까지 그곳에서 교육 받고 뉴욕서 활동하면서도 동양적 뿌리 한 가닥을 붙잡고 있었던 모양이다. 22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에는 신작 10여점이 나온다. (02)730-7818
문향란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