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7년 11월8일 미국 팝가수 패티 페이지가 오클라호마주 클레어모어에서 태어났다. 패티 페이지는 ‘테네시 왈츠' ‘체인징 파트너' ‘마킹버드 힐' 같은 노래로 한국에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가수다. 24세 때인 1951년에 취입한 앨범 ‘테네시 왈츠'는 지금까지 천만 장이 훨씬 넘게 팔려나가 여성 가수의 앨범으로는 역사상 최고의 판매기록을 세웠다. 지금까지 팔려나간 패티 페이지의 앨범은 1억 장이 훨씬 넘는다. ‘노래하는 광란'(The Singing Rage)이라는 별명에 걸맞은 기록이다.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답게 패티 페이지의 삶은 수수하게 출발했다. 클라라 앤 파울러라는 이름으로 패티 페이지가 태어났을 때, 그녀의 아버지는 한 철도회사에 고용된 보선작업원(保線作業員)이었다. 그의 수입은 11 남매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치 않았다. 열 번째 아이로 태어난 클라라 앤은 어머니와 언니들이 목화를 따는 동안 신발도 없이 들판에서 뛰놀며 유년기를 보냈다. 그러나 이 아이는 일찍부터 노래에 재능과 취미를 보였고, 고교 시절부터 라디오쇼에 출연하며 대중문화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가족과 친구들은 어려서부터 유달리 수줍음이 많았던 그녀가 과연 무대에 설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패티 페이지는 그 뒤 수많은 일반 청중 앞에서만이 아니라 영국 왕가와 다섯 명의 미국 대통령 앞에서 스스럼없이 노래를 불렀다.
패티 페이지의 전성기는 1950~60년대였지만, 기자에게는 그녀가 1970년대 가수로 입력돼 있다. 10대 때인 1970년대 전반기에 그녀의 노래들을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그 때 이미 40대 후반의 중년이었을 패티 페이지가 기자에게는 그 때나 지금이나 20대로 남아 있다. 젊은 목소리로만 그녀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늙는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을씨년스러운 일이겠지만, 대중 스타들에겐 특히 더 그런 것 같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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