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모(32)씨는 얼마 전 딸아이가 결막염에 걸려 안과를 찾았다가 놀랐다. 평소 딸이 눈을 찡그리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시력검사를 해본 결과 한쪽 눈은 '1.0', 다른 한쪽 눈은 '0.05'로 무려 20배나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김씨의 딸은 두 살 때 사시(斜視) 진단을 받은 뒤 조기 수술을 권유 받았다. 하지만 "애 아비도 어렸을 때 그랬는데 크면서 정상이 됐다"는 시어머니 말에 수술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수술 시기를 놓쳐버린 것이다.눈에 이상이 있는 사람이라면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란 말을 뼈저리게 실감할 것이다. 눈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제아무리 기골이 장대한 장정이라도 맥을 못 추게 마련인데, 어린이 경우에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눈이 나빠서 주위가 산만해질 수도 있다.
11일은 대한안과학회가 정한 '제34회 눈의 날'. 반드시 살펴야 할 우리 아이의 눈 건강에 대해 알아본다.
●어린이 4%에서 발견되는 사시
사시는 한쪽 눈동자는 보고자 하는 물체를 향하고 다른 한쪽은 다른 곳을 보고 있어 시선이 일치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 어린이의 4% 가량이 사시로 추정되고 있다. 사시의 원인은 눈을 담당하는 뇌신경이 다쳐 생기는 마비성 사시를 제외하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가족력인 경우가 많으므로 부모나 친척 가운데 사시가 있으면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어린이 사시는 집에서 부모가 간단히 알아낼 수 있다. 어린 아기일수록 눈이 크고 검은 눈동자와 흰자위의 구분이 선명하기 때문이다. 아기 정면에서 눈을 맞춘 뒤 아기 눈동자의 위치를 확인한다. 아기의 양쪽 눈이 가운데로 대칭인지, 한쪽 눈의 흰자위가 반대쪽 눈의 흰자위보다 적게 또는 많이 보이지 않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면 된다.
아이가 엄마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거나, 자꾸 TV 앞에 바짝 다가가려고 하거나, 눈을 자주 비비고 깜박거리거나, 고개를 자주 기울여 보거나, 안구가 떨리고 시선고정이 안되거나, 실외에서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한다면 사시를 의심해 봐야 한다.
고려대 안암병원 안과 조윤애 교수는 "사시는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6개월이 지나도 두 눈이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면 전문의를 찾아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시는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눈이 비뚤어진 채로 오래 놔두면 시력 발달이 되지 않아 시신경에 이상이 와서 ‘약시’로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시 치료에는 굴절교정, 수술 등의 방법이 있다. 우선 원시가 원인이 되는 조절성 내사시(눈이 안쪽으로 몰리는 사시)는 굴절교정을 위해 안경을 써야 한다. 너무 어려서 안경을 낄 수 없을 때에는 안경을 쓸 수 있는 3세까지 기다려도 상관없다. 조절성 내사시 이외의 사시는 모두 수술을 해야 고칠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 안과 이종복 교수는 "2세 이전에 수술을 하면 80% 이상이 한 번의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약시·눈떨림·안검내반도 주의를
약시는 눈에 특별한 질환이 없는데도 정상 시력이 나오지 않는 경우로, 2%의 어린이에게서 발견된다. 약시는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지 않으면 시력장애를 겪거나 물체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
대표적인 약시 치료법으로는 시력이 좋은 눈을 가리고 약시가 있는 눈으로만 몇 개월을 보게 하는 차안법(눈가림법)과, 정상 눈에 약물을 투여해 잘 보이지 않게 함으로써 약시가 있는 눈을 많이 쓰게 하는 방법이 있다. 삼성서울병원 안과 오세열 교수는 "약시는 원칙적으로 시력이 발달하는 8세 이전에 치료를 시작해야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흔히 안진(眼震)이나 안구진탕으로 불리는 ‘눈떨림’도 발견된다. 후천적인 안진은 원인을 제거하면 떨림이 줄어들거나 없어지지만, 선천적인 것은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
또 속눈썹이 안구, 특히 각막 부위를 찔러 눈물이 계속 나고 눈이 붓거나 결막이 충혈되는 안검내반도 나타난다. 심하지 않은 경우엔 눈썹을 뽑거나 약물로 치료하지만 심하면 수술을 해야 한다.
태어날 때 눈물이 흘러나가는 관(비루관)의 끝이 완전히 뚫려 있지 않아 생기는 비루관 폐색증도 적지 않다. 이 경우에는 마사지를 해서 비루관 끝부분의 폐색을 없애주는 방법을 써보고 그래도 교정되지 않으면 기구로 뚫거나 실리콘관을 삽입해서 교정한다.
드물게 출생시 또는 태어난 지 몇 달 안에 백내장이 생기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조기 진단과 치료, 재활훈련을 거쳐야 한다. 시력발달에 가장 중요한 시기인 생후 2~3개월에 백내장이 있으면 약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눈동자가 하얗게 보이고, 눈을 잘 맞추지 못하는 경우엔 즉시 안과의사를 찾아 수술 등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이럴 때 우리 아이 눈 질환 의심을
●사시
눈을 맞추지 못한다.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거나 얼굴을 옆으로 돌려 사물을 본다.
피곤하거나 몸이 힘들 때 사물이 두 개로 보인다고 호소한다.
햇빛에서 한 눈을 감는다.
자주 눈을 비비거나 깜빡거린다.
●약시
생후 3~4개월이 되었으나 부모와 눈을 맞추지 못한다.
눈을 과도하게 찡그리고 사물을 본다.
TV나 책을 너무 가까이서 본다.
한쪽 눈을 가리면 잘 보지만 다른 눈을 가리면 잘 보지 못한다.
눈의 정렬이 바르지 못하다.
걷다가 이유없이 잘 넘어진다.
<자료:삼성서울병원 안과>자료:삼성서울병원>
■잠잘때 끼는 드림렌즈 각막손상 위험
어린나이에 안경잡이가 된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소위 ‘드림렌즈’(LK렌즈, OK렌즈)라고 불리는 시력 교정용 렌즈에 관심을 가져보았을 것이다.
라식이나 각막 안에 렌즈를 삽입하는 수술 없이 콘택트 렌즈처럼 끼기만 하면 시력이 잠시 좋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주로 밤에 잠자는 동안 착용한 뒤 아침에 뺀다는 점이 콘택트 렌즈와 다르다.
하지만 드림렌즈를 잘못 착용하면 각막이 손상될 수도 있다. 드림렌즈의 적용범위에 대해 판매용 홍보물에는 ‘난시 포함 근시
-0.75에서 -7.0디옵터(D)까지 치료대상이고 7세 이상이면 사용할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백병원 21C안과병원장 김재호 교수는 "대개 -4.0디옵터의 경·중등도 근시까지 적용하고 고도근시에는 잘 쓰지 않는다"며 "안과 전문의의 도움 없이 시력 교정용 렌즈를 함부로 사서 끼면 각막 손상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아직 눈이 완전하게 발달하지 않은 어린이에게는 위험하다. 초등학생이 렌즈를 자주 끼면 각막이 헐거나 붓고 피가 나며 세포가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드림렌즈가 레이저수술과 마찬가지로 각막형태를 변형시키는 경우도 있으므로 병원에서의 철저한 정밀검사와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써야 한다. 강남예안과 최우정 원장은 "시력 교정용 렌즈는 일반 소프트 렌즈보다 관리가 쉽지만 항상 청결을 유지해야 하고, 눈에 충혈이 생기거나 이물감이 느껴지고, 통증과 함께 눈물이 많이 나면 즉시 렌즈를 빼고 안과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대익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