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회에 상정한 공무원 노조법 제정안은 노동 3권 가운데 단체행동권(파업권)을 제외하고 있으며 단체교섭을 통한 협약체결도 예산과 법령의 범위를 벗어날 경우 효력자체가 정지돼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공노는 노동 3권은커녕 1.5권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그러나 신분과 정년, 연금 등 갖가지 보장을 받고 있는 공무원과 정년을 채우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경기변동 때마다 정리해고는 물론 임금삭감에 시달리는 민간기업 근로자의 노동3권과 단순비교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전공노는 1998년 이후 공무원 26만여명이 구조조정을 당해 거리로 내몰렸다며 신분과 정년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하위직 공무원마저도 명예퇴직을 하면서 산하기관과 단체로 옮겨간 경우가 적지 않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공노의 노동 3권 완전보장에 대해 상당수 시민들은 민간 근로자와 동일한 노동기본권을 부여할 경우 정리해고나 임금삭감이 가능토록 법개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시민 김모(35)씨는 "지방자치단체 중 재정자립도가 100%인 곳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며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지자체는 정리해고나 임금삭감이 가능토록 해야 파업권과 균형이 맞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공무원 노조법과 유사 법률인 교원노조법의 경우도 교육민주화를 내건 전국교직원노조의 무수한 구속과 해직 등을 통한 11년간의 투쟁 끝에 99년 단결권만 확보했을 뿐 파업권은 물론 완전한 단체교섭권도 얻지 못했다. 신분보장을 받고 있는 교사들의 파업으로 제3자인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우려하는 여론이 많았기 때문이다.
외국사례를 보더라도 노동 3권의 핵심인 공무원의 파업권을 보장하는 국가는 극히 드물다. 선진국 가운데 영국, 프랑스가 공무원에게 파업권을 보장하고 있으나 행정명령을 통해 파업중지가 가능해 완전한 의미의 파업권이라 할 수 없다. 이웃 일본은 단체행동에 대한 권한을 주지 않은 것은 물론 정부와 교섭권한만 인정할 뿐 협약 체결권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공무원에게 파업권을 부여할 경우 행정서비스 중단으로 직접 당사자가 아닌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되고 정부로서도 파업에 대한 대항수단이 없어 힘의 균형을 잃게 된다"며 "공무원 노조법은 기존의 교원노조법이나 외국 입법례로 볼 때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 與도 野도 지자체장도 눈치만
◆ 우·한 "지나친 요구지만…"침묵, 민노당만 "노동3권 보장은 당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7일 단체행동권을 요구하며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전국공무원노조의 움직임에 대해 별다른 논평을 내지 않았다. 파업찬반 투표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정부의 강경 대응에도 불구하고 전공노가 투표 강행 방침을 밝히면서 ‘정·공(政公)’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민노당을 제외한 정치권이 침묵을 지키고 있어 ‘눈치보기’‘무책임 처신’이란 지적도 나온다.
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공식 논평을 내진 않았지만 전공노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지지하고 있는 입장. 우리당은 전공노가 반발하는 공무원노조법안이 이미 당정협의를 마친 사안인데다 전공노의 행동이 도를 넘어섰다는 판단이다. 우리당 이목희 제5정조위원장은 "단체행동권 요구에 대해 국민들이 결코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번 파업을 방치하면 공무원 사회의 도덕적 해이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기 때문에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해야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도 "전공노가 생존권적 차원이 아니라 일종의 특권을 요구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행정부가 법대로 처리해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당 모두 당 차원의 논평을 내지 않고 함구했다. .
반면 민주노동당은 공무원에게도 단체행동권을 포함해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정부 방침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박용진 대변인은 "노조의 파업 찬반 투표 자체를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이 오히려 불법행위다"며 "정부가 대화를 포기하고 공권력으로 무조건 억누르려고 하면 더욱 큰 반발만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정부 "미온 대처하면 제재", 단체장들 "샌드위치 신세"
정부는 전공노의 파업 찬반투표를 저지하는 데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적극 나서주도록 독려하고 있다. 파업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지자체에는 특별교부세 지원 중단 등의 행정·재정적 불이익을 주겠다는 엄포도 놓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강경 입장은 선출직인 단체장들이 선거를 의식해 노조에 적극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이 같은 정부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단체장들이 적극 나서줄 지는 미지수다.
전공노는 이미 단체장들의 이 같은 약점을 이용, 단체장 면담 등을 통해 찬반투표 저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도록 최대한 압박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서울시의 한 구청장은 "조직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현실적으로 공무원노조의 주장을 외면하기 어려운 게 일선 지자체의 현실"이라며 "정부가 노조파업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박하고 있지만, 내놓고 노조에 반대하기가 쉽지 않은 입장"이라고 하소연했다. 인천시의 한 구청장도 "부족한 세수를 지원 받기 위해 정부 방침에 따라야 하지만 노조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샌드위치 신세"라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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