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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경쟁하는 경제가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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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경쟁하는 경제가 건강하다

입력
2004.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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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가 사회주의 계획경제보다 물질적으로 우월한 체제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시장경제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모두 다 잘 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도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가 훨씬 많지만, 이들 국가가 모두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것은 아니다. 제대로 된 시장경제를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그 중 하나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의 보장이다. 형식상 시장경제의 조건을 갖추었더라도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이 없다면 효율적 자원 배분이나 지속적 기술혁신을 기대할 수 없다.실제로 많은 연구결과와 역사적 경험은 한 국가의 경제와 사회가 얼마나 개방적이고 경쟁적인가에 따라 그 나라의 생산성과 성장잠재력이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경제적으로 성공한 시장경제 국가들은 거의 예외 없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경제정책의 기본원리로 삼아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약화하고 있다. 획기적인 처방이 없다면 수년 내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소진될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경제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각종 유무형의 담합구조와 경쟁제한적 관행을 걷어내야 한다. 민간 부문의 경쟁회피와 불공정 경쟁관행 못지않게 우리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것이 바로 정부가 민간경제활동에 가하고 있는 각종 보호적, 경쟁제한적 규제다. 경쟁제한적 규제는 표면상의 공익적 근거에도 불구하고 항상 특혜와 부패의 온상이 된다. 경쟁제한적 규제는 국민의 경제활동 참여 기회를 줄일 뿐 아니라 경쟁력 약화의 원인이 된다.

방송문화 건설교통 농림수산 고용 환경 의료 교육 전문자격제 등 거의 모든 정부 부처 업무에서 정부 주도의 카르텔, 진입제한, 가격제한 등 경쟁제한적 덩어리 규제가 다수 존재하고 있다. 이들 규제들은 모두 정당한 정책목표를 내세우고 있지만 대부분 국민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제약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며 관련 이익집단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자유경쟁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얼마든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정부 각 부처 경쟁제한적 규제의 폐지, 또는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매우 적절한 일이다. 물론 보호적 규제 덕분에 먹고 사는 이익집단의 반발과 규제권한 약화를 우려하는 주무부처의 비협조가 넘어야 할 과제다.

최근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현존하는 8,700여개의 정부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주요 덩어리 규제를 집중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한데 이어, 지난 주 주한 외국 기업인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강력한 규제개혁 의지를 다시 한번 밝혔다.

이번에 정부가 추진하려는 규제개혁은 단순히 규제 숫자를 줄이는 것만이 아니라, 절차와 기준을 투명하게 만들어 정부규제를 지키기 편하게 만들고, 규제결과를 예측 가능하도록 만들어 규제품질을 높이는 한편, 국민의 경제적 기회를 제약하는 각종 보호적이고 경쟁제한적 규제를 없애는 데 우선 순위가 두어져야 한다. 사실 현 정부가 초기에 보여준 코드와 이념성향은 규제개혁이나 경쟁촉진과는 거리가 있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민간 경제활동에 대한 정부의 간섭과 규제는 오히려 강화된 측면도 있는 것이다.

정부가 앞으로 보다 과감하고 획기적인 규제개혁을 추진한다면, 성장잠재력 회복, 기업 경쟁력 강화, 일자리의 창출, 부정부패의 감소 등 그야말로 다방면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규제개혁과 경쟁촉진을 중요 경제정책으로 추진하는 정부를 누구도 좌파정부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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