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환율방어 의지도 아리송미국 대선의 후(後)폭풍이 외환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부시의 재선=달러 약세지속’이 공식화하면서, 원·달러환율의 하락세(원화절상)에 더 탄력이 붙었다.
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10원 선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거듭한 끝에 전날보다 2.8원 떨어진 1.110.6원 마감됐다. 달러 당 1,100원대의 붕괴, 즉 1,000원대 진입까지 불과 10원 남은 셈이다.
*세계적 약(弱)달러
부시의 재선 확정이후 달러화는 전 세계 통화에 대해 일제히 약세흐름을 확인했다. 대규모 경상수지적자와 감세정책 및 군사비 지출 증가로 인한 재정적자 누적 등 ‘쌍둥이 적자’의 심화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원·달러환율 하락도 기본적으론 이 같은 국제적 달러가치의 약세화 기조를 반영한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주목할 부분은 위안화의 절상여부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5일 "중국이 과열진정과 국제적 절상압력에 부응하기 위해 환 규제를 완화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금리인상에도 불구, 경기의 연착륙을 이끌어내고 부시 행정부의 통상압력을 해결하려면 결국 ‘위안화 절상’이란 마지막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 최근의 달러약세에는 이런 위안화 절상 기대심리까지 반영되어 있으며, 위안화 절상이 현실화한다면 원화의 동반절상은 불가피해진다.
*환율하락 속도의 문제
최근 원·달러환율 하락속도는 아주 가파르다. 수년간 지탱해 온 1,140원 벽이 지난달 25일 깨진 이래 10영업일만에 30원이나 폭락했다. 미국대선 결과가 모호했던 3일 하루만 빼고는 계속 내리막이었다. 유독 원화만 너무 빨리 절상된다는 우려의 소리도 높다. 그러나 한 외환딜러는 "국제적 달러약세 흐름에 비춰볼 때 원·달러 환율도 이미 내려갔어야 했다. 정부가 1,140원에서 너무 오래 방어를 한 탓에 뒤늦게 따라가다 보니 하락속도가 빠르게 나타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아리송한 정부의 태도
국정감사에서 과잉시장방어가 논란이 된 이후 당국의 개입강도는 무뎌졌다. 1,130원, 1,120원이 차례로 무너지는데도 별다른 저항은 없었다. 또 다른 외환딜러는 "속도조절용 ‘스무딩오퍼레이션’만 있을 뿐 과거처럼 특정 레벨을 정해놓고 환율을 방어하는 개입은 없어졌다"며 "국감의 후유증인지 정책기조 자체가 바뀐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장은 일단 1,100원을 지키기 위한 개입은 예상되지만, ‘올 인’식의 필사적 방어는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원·달러환율은 환란 이후 처음으로 ‘달러 당 1,000원대’에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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