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드벤처 캐피털리스트 / 짐 로저스 지음·박정태 옮김 / 굿모닝북스 발행·1만4,800원1969년 스물 일곱 살의 젊은 나이에 조지 소로스와 퀀텀 펀드를 창설해 꼭 11년 만에 1,700만달러를 거머쥐고 은퇴한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62)의 세계여행은 어떨까? 초고속 제트기나 호화 유람선을 타고 한가한 ‘관광’에 나선 억만장자를 상상했다면 오산이다.
이 괴짜 자본주의자는 ‘금융계의 인디애나 존스’란 수식어에 걸맞게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타고 세계를 종횡하는 모험에 나섰다. 90년 1,000㏄짜리 BMW 오토바이를 타고 22개월 동안 6대륙 51개 국을 돌아다녔고, 그것도 성에 차지않아 99년에는 아예 개조한 메르세데스를 타고 3년간 15만2,000마일 161개국을 달렸다.
지난 6월 우리나라에 소개된 ‘월가의 전설, 세계를 가다’(Investment Viker)가 90년 오토바이 여행의 기록물이라면, 이 책은 99년 ‘밀레니엄 투어’의 기록인 동시에 짐 로저스판 ‘체험론적 세계투자론’이다.
아이슬란드에서 30년 만에 최악인 폭설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 터키와 그루지야를 거쳐 아시아, 아프리카와 인도, 남미를 거쳐 다시 미국에 돌아오는 것으로 끝나는 여정에서 그는 예리한 통찰력으로 각국의 경제를 분석하는 타고난 투자자 기질을 발휘한다. 이를테면 노점상에서 출발해 지금은 호텔 주인이 된 중국 둔황의 지 선생과 손님의 주문에 육상선수처럼 달려오는 음식점 점원 왕메이를 통해 21세기는 ‘중국의 시대’가 될 것임을 예견하고, 당시 폭락하던 중국 주식시장에 과감히 투자하는 식이다.
그런 짐 로저스가 밀레니엄 투어에서 한국에 받은 인상은 부정적이다. IMF 위기를 맞은 한국사회를 관찰한 그는 보호무역을 통해 성장했으며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으면서도 몸집 부풀리기에 급급했던 한국기업과 우리사회의 폐쇄성을 비판한다. 단지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한국의 남아선호현상을 통해 여성의 숫자가 줄어들면서 이들의 지위가 높아질 것에 착안, 경구 피임약 제조회사의 주식을 사들이는 수완을 발휘한다.
세계와 문화를 바라보는 그의 일방적이고 자본주의적인 세계관에 100% 동의할 수 없지만, 이 책이 분명 새롭고 유용한 국제 투자지침서임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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