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이 사망했을 경우 어디를 장지로 할 것이냐가 당장의 현안으로 불거졌다. 자칫하면 아라파트의 장례식이 대형 유혈사태의 서막이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이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팔레스타인측이 제3의 성지로 꼽는 동예루살렘의 ‘하람 알 샤리프(고귀한 성지)’에 있는 황금돔 사원을 장지로 삼겠다고 하면서이다. 아라파트는 생전 이곳에 묻히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표명해 왔다.
그러나 이스라엘로서도 이곳은 같은 의미의 ‘템플 마운트’로 불리는 유대교 제1의 성소여서 이 요구를 받아들이기 불가능하다. 이스라엘은 아라파트가 이곳에 매장된다면 성지를 둘러싼 팔레스타인 봉기가 더욱 극렬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당초 아라파트의 시신을 예루살렘 외곽 이슬람 지역인 ‘아부 디스’에 안장토록 한다는 비상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지금은 가자지구나 요르단강 서안 등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이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 정부와도 이런 수준에서 장지문제가 협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측은 여전히 완강하다. 아라파트의 장례는 누구와도 타협할 수 없는 팔레스타인 내부문제이며 장지도 동예루살렘의 성지를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의 평행선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장지문제를 둘러싼 팔레스타인 군중과 이스라엘군과의 대규모 유혈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이 성지는 과거 양측에서 수천명이 희생된 2차 인티파다(봉기)를 촉발시킨 뇌관과도 같은 곳이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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