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학년도부터 도입되는 새 대입제도에서는 내신성적을 부풀린 고교가 그렇지 않은 고교보다 크게 불리해진다는 모의분석 결과가 나왔다.숙명여대 입학처장 박동곤 교수는 5일 시험문제를 쉽게 출제돼 대부분의 학생에게 고득점을 주는 방식으로 내신을 부풀린 학교와 점수가 정상 분포를 이룬 학교를 가정해 표준점수의 일종인 T점수로 환산한 결과, 극소수를 제외하고 내신을 부풀리지 않은 학교의 학생들이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T점수로 환산해 분석한 이유는 2008학년도 입시부터 내신성적이 원점수와 평균성적, 표준편차로 주어지는데 원점수를 그대로 반영하면 내신 부풀리기에 취약하므로 대부분의 대학이 상대평가가 가능한 표준점수 등으로 환산해 적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모의실험에서 A고를 점수가 부풀려진 학교로 가정해 학생 50명의 평균 성적을 94점, 성적 분포를 88~100점으로 설정하고 정상적으로 점수를 낸 학교로 가정한 B고는 50명의 평균 성적을 61점, 성적 분포를 44~78점으로 정했다.
실험결과 원점수만 비교하거나 현재 내신산출 방식으로 많이 쓰이는 평어로 할 경우 A고 학생이 유리했지만 T점수로 환산한 결과는 정반대였다. A고 1등(원점수 100점)의 T점수가 75.1점으로 B고 1등(78점)의 T점수인 70.8점보다 4점 가량 높은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B고생의 점수가 높았다. 이는 점수가 몰려있을 경우 T점수로 환산하면 더 불리해지는 통계학적 특성 때문이다.
또 A고는 내신 부풀리기로 동점자가 많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한 문제만 틀려도 T점수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예를 들어 A고에서 2문제를 틀려 96점을 맞은 학생의 T점수는 58.27점, 3문제를 틀린 학생은 49.83점으로 10점 가까이 떨어진 반면, B고는 한 문제를 틀릴 때마다 T점수 하락폭이 2~3점에 그쳤다. 이는 내신 부풀리기를 할 경우 ‘문제풀이 실수’가 곧 ‘내신성적 관리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 교수는 "내신의 비중이 높아지는 2008학년도 입시에서 내신 부풀리기를 하면 손해이기 때문에 시험 난이도를 적절히 조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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