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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 "아이 눈에 비친 당신 어떤 아빠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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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 "아이 눈에 비친 당신 어떤 아빠인가요"

입력
2004.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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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 2마리와 아빠를 바꾼 날 / 닐 게이먼 글, 데이브 맥킨 그림, 윤진 옮김, 소금창고●아빠가 길을 잃었어요 / 힐 닐스툰 글, 하타 고시로 그림, 김상호 옮김, 비룡소

부모에게 공손하고 형제간에 우애 있으며 점잖은 언동으로 정이 넘치는 가정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잠시 어릴 때를 돌이켜보자. 그 시절에는 규범 있는 집안 분위기가 답답하고 깐죽대는 여동생은 얄밉고 아빠와는 말도 안 통해서 인사만 겨우 하고 지내지는 않았는지. ‘금붕어 2마리와 아빠를 바꾼 날’은 그런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엄마가 외출한 날, 친구 나단이 놀러오면서 가져온 금붕어 두 마리가 무척 내 마음에 든다. 하지만 나단은 무엇과도 금붕어를 바꿀 생각이 없다. 변신 로봇도 야구카드도 싫고 내가 아끼던 인형도 소용없단다. 그런데 집에서는 늘 신문만 읽는 아빠와 바꾸면 어떨까 하는 기막힌 생각이 떠올랐다.

이 그림책은 아이들의 눈에 비친 아빠의 모습을 그린 멋진 작품이다. ‘나’는 금붕어 두 마리에 완벽하게 만족하지만 엄마에게 그게 통할 리 없다. 아빠를 되찾기 전에는 집에 돌아오지 말라는 엄명이 떨어졌다. 그러나 나단은 이미 아빠를 기타와 바꿔버린 후다. 동생과 아빠 찾아 동네 한 바퀴를 돈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아빠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직접 확인해 보시라. 끝내 신문만 보는 아빠는 가정에서 멀어진 현대 사회의 전형적인 남자다. 그나마 엄마의 관심이 남아있는 것이 다행이랄까.

게이먼의 감각적인 글에 담긴 발칙한 내용은 맥킨의 독특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더욱 빛난다. 단순한 선으로 인물의 특징을 잘 나타낸 만화풍의 그림과 풍부한 색감에 신문을 오려붙인 콜라주 기법은 인물의 감정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이 책은 아빠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가족의 소중함이나 아빠의 존재를 일깨우는 일반적인 공식에서 벗어난다. 왜냐하면 엄마의 위협에 다시는 아빠를 바꾸지 않겠다고 맹세하지만 "여동생을 놓고선 아무 약속도 하지 않았다"로 끝나기 때문이다.

‘아빠가 길을 잃었어요’는 가정에서 아빠와 남편이라는 존재의 정답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퇴근 길 버스에서 한 아이의 "아빠는 왜 필요해?"라는 질문을 받는다. 돈을 벌고 고장 난 물건을 고치고 집에 페인트칠을 한다는 대답에 아이는 그런 일은 엄마도, 누구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새로 이사 간 집을 찾아가야 하는데도 아빠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느라 길을 잃고 일주일 동안 헤맨다. 결국 고향 집에서 아버지를 회상하면서 아이들이 필요로 할 때 옆에 있어주고 놀아주는 아빠여야 하고 남녀의 영역이 더 이상 구분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런 책을 아이들에게 읽히는 것이 꺼림칙한가? 아이들은 어른의 모순을 풍자하는 ‘크레용 신짱’같은 만화에 열광한다. 아이들에게 기존의 가치만 고집하겠는가, 웃으며 서로를 인정하고 그들과 어울릴 것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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