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낮 12시 반 서울시 모 구청 민원실. 넥타이 차림의 민원인 10여 명이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직원과 언성을 높이고 있다. "호적등본 하나 떼기 위해 하루 휴가를 내라는 겁니까?" "점심식사 시간은 엄연한 휴식 시간입니다." 20여분간 답답한 언쟁이 오갔고 결국 민원인들은 발길을 돌렸다.행정자치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에 동절기 근무시간을 오후 5시까지에서 6시까지로 1시간 늘리는 내용의 지침을 내리자 이에 반대하는 80여 지자체 직원들이 점심시간 동안 민원실의 자리를 비워 버렸다. 국민을 위한 공복이라는 사람들이 국민의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민원업무’를 볼모로 잡고 협상카드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15일부터는 민원서류 발급 차원이 아니라 모든 행정이 공백상태가 되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 할 모양이다. 지난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지하철 파업을 되돌아 보자. 당시 인력확충을 주장하며 지하철노조가 파업에 돌입했지만 나흘 만에 흐지부지 깃발을 내리고 말았다. 그들이 별다른 성과 없이 투쟁에 실패한 이유가 무엇이었나. 민심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맨 와중에 집단이기주의로 비친 그들의 파업은 민심의 동의를 얻을 수 없었다. 한 여름 지축차량기지에서 노숙까지 하며 벌인 지하철 노동자들의 투쟁은 국민의 외면으로 맥없이 무너졌다.
이번 전국공무원노조의 파업은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점심시간을 되찾기 위해 민원인들의 점심시간을 빼앗는 양상’으로 시작되고 있다. 스스로 봉사정신으로 무장했다며 항상 "국민을 위하여"를 최고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공무원들이 너무 쉽게 국민을 포기하는 것은 아닐까. 15일부터 시작될 파업이 성공하려면 국민의 공감이 필수적이다. 더구나 파업의 주체가 전국의 공무원이지 않은가.
양홍주 사회부 기자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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