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함에 따라 앞으로도 미국의 약(弱)달러 정책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외환당국의 환율 개입 자제로 최근 원화 가치가 급격히 올라가자 증시에서도 원화 강세의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반적으로 원화 강세는 수출주에는 부정적, 내수주에는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국내증시는 수출주 비중이 높아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부정적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3일 증시 전문가들은 현 시기의 원화 강세가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은 반면, 내수 부양에 미치는 효과는 커 종합적으로도 플러스 효과가 우세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원화가치 상승의 주요인은 약달러
최근 원화 가치의 상승세는 매우 가파르다. 오랜 기간 원/달러 환율은 1,150원 이상에 머물렀고 지난해 이후 정부의 강도 높은 외환시장 개입에 따라 이 벽은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지난달 26일 1,140원이 무너진 이후 겨우 1주일도 안 돼 1,120원까지 붕괴했다. 정부 개입의 약화도 한 원인이지만 전문가들은 근본 요인을 달러약세로 보고 있다.
신영증권 김승현 연구원은 "계속되는 원/달러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엔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오히려 상승하고 있는 것을 보면, 최근 원화 강세의 주된 이유가 국내 요인보다는 달러화 약세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누적된 미국 경상수지 적자와 천문학적인 재정 적자에 대한 우려가 달러화를 약세로 이끌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이러한 ‘약한 달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주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아
일반적으로 원화 강세는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현재 원화 강세가 독자적 모습이 아닌, 엔화 강세와 동반하는 만큼 큰 악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한화증권 홍춘욱 연구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역사적으로 달러약세 국면에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로 자금이 몰려 증시가 활황을 보였고, 환율을 통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오히려 국내 기업의 수출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전형적 수출주인 자동차와 반도체 업종의 수익성도 환율에 크게 민감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동원증권 서성문 연구원은 "현대차의 경우 해외 공장 판매 비중이 늘고 지분법 평가이익도 확대되면서 환율 리스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동원증권 민후식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올해 1,080원까지 내려가더라도 삼성전자의 경상이익은 0.43% 정도만 변동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수 부양 긍정적 효과 미칠 듯
반면 물가 하락에 따른 내수 진작 효과에 대한 기대감은 크다. 동부증권 장화탁 연구원은 "자국 통화의 평가절상이 구매력 확대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상식"이라며 "원화 평가 절상이 물가 안정으로 이어져 추가적인 콜금리 인하가 시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의 건설 경기 부양 등 ‘뉴딜 정책’까지 가세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최근 은행주가 각광 받는 이유도 이러한 내수 부양 기대감과 무관하지 않다.
하반기 거래소 종합주가지수가 700~900포인트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이유 중 하나는 수출효과가 감소하더라도 내수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현실화하지 않고 있기 때문. 하지만 환율하락으로 내수가 살아나는 모습이 보인다면 국내 증시도 다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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