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에 성공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외정책은 철저히 집권 1기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될 것이 분명하다.9·11 테러 이후 선제공격과 일방주의로 대표되는 부시 독트린은 바로 자신의 정체성이자 미국 국민이 원하는 대외정책의 골격으로 받아들여져 왔기 때문이다. 힘겨운 상대로 예상됐던 존 케리 후보와의 대선전에서 비교적 여유있게 승리를 거둔 것도 이런 여론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자신의 강력한 대 테러정책을 유세과정에서 여러차례 피력했다. 9월 뉴욕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본토에서 테러리스트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는 나라밖 테러리스트들에게 타격을 가하는 공격적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선제공격론을 재차 강조했다. 3일 당선 연설에서는 "미국의 모든 국력과 자원을 동원해 테러와 싸워야 한다"며 테러가 여전히 최우선 과제임을 내비쳤다.
관심은 부시 대통령이 자신의 독트린을 수행해가는 과정에서 집권1기와 달리 유연한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세계가 기대하는 것은 일방주의라는 아집을 버리고 분열된 국제사회를 다독일 수 있는 유일 초강대국 지도자로서의 대승적인 면모이다.
이라크전을 놓고 악화할 대로 악화한 유럽과의 관계는 이 같은 일방주의 노선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부시와 대척점에 섰던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당선 축하서한에서 ‘대화와 상호존중’ ‘동반자관계’를 거듭 강조해 부시의 일방주의에 대한 긴장의 끈을 풀지 않았다. 일방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한 프랑스를 선두로 한 유럽과의 관계개선은 힘들다는 우려감을 표현한 것이다. 물론 케리 후보편에 섰던 민심을 의식, 부시 대통령이 2기 정부 초기 동맹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화해의 제스처를 보일 가능성은 크다. 그러나 대서양 양안의 갈등이 대외정책의 본질적인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부시 정부의 획기적인 양보를 기대할 수 없으며 따라서 치유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는 대체로 시각이 일치한다. 프랑스가 폐기를 주장하는 일방주의는 부시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가장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힘’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이란·북한 핵문제는 무력에 의지하기 보다 국제사회를 통해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방식을 택할 것이다. 미국을 대신해 이스라엘로 하여금 이란 핵시설을 공격하도록 한다는 시나리오가 꾸준히 나돌고 있으나 가능성은 적다. 유럽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중동지역이 정치적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고, 여타 지역은 대미관계에서 평균 이상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아시아의 경우 부시의 친기업 성향과 자유무역주의 정책으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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