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아버지가 단돈 500만원에 팔아넘긴 아이가 양부모로부터도 버림을 받아 아동복지시설에 맡겨지는 안타까운 처지가 됐다.김동민(8·가명)군은 1996년 3월 서울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축복받아야 할 탄생은 도박에 빠진 아버지 신모(42)씨가 병원비를 탕진하면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경마와 경륜 등 도박에 중독됐던 남편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해 동민군이 채 걸음마를 떼기도 전인 그해 11월 남편에게 친권을 내주고 이혼했다.
이후에도 신씨는 동민군을 탁아소에 맡겨둔 채 도박장을 전전했고 결국 이웃 할머니에게 "500만원에 아이를 데려갈 사람을 알아봐 달라"는 비정한 부탁을 하게 됐다. 98년 3월 마침 아이가 없었던 김모(48)씨 부부가 동민군을 키우겠다고 나섰다. 신씨는 500만원을 받아 일부는 밀린 탁아소 보육비를 내고 나머지는 도박과 생활비로 날렸다.
김씨 부부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입양하긴 했지만 동민군을 호적에 올리고 6년간 친자식처럼 보살폈다. 그러나 최근 사업 실패로 동민군을 키울 수 없게 되자 지난 9월 전남 강진의 한 아동복지시설에 "형편이 나아지면 찾으러 오겠다"는 말과 함께 아이를 맡겼다. 김씨는 국내에서, 아내는 해외에서 각각 도피 생활을 하며 힘겹게 살고 있어 동민군이 양부모 품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동민군의 사연은 최근 전남 강진경찰서가 관내 아동보호시설을 방문, 아이들의 입소 경위를 조사하다 동민군이 서울에서 연고가 없는 지방까지 내려온데다 출생기록도 없는 점을 수상히 여겨 정밀조사에 나서면서 밝혀졌다. 경찰은 동민군이 양부모와 친아버지 양쪽 호적에 올라 있다는 점을 알게 됐고 추적 끝에 친아버지로부터 아들을 팔아넘긴 사실을 확인, 4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친아버지나 양부모 모두 현재로서는 동민군을 거둘 형편이 안되고 입양도 여의치 않아 일단 시설에서 잘 보살피는 수밖에 없다"며 "어른들의 잘못으로 애꿎은 아이만 2번씩이나 버림받는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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