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가 편 가르기로 승리했다.", "케리가 산수를 통해 승복을 결정했다."미국 언론들은 4일 2004년 대선 승자에 대해서도, 패자에 대해서도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인정하면서도 승리의 비결을 ‘편 가르기’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고, 존 케리 민주당 후보의 조기 패배시인에 대해선 특별한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인터넷판 기사를 통해 "이번 대선은 많은 사람의 예상과는 달리 결코 접전이 아니었다"고 지적한 뒤 "부시는 편을 가르고 그리고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CBS 뉴스 역시 "부시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에 손을 내밀기보다는 보수층의 지지를 확실히 다진 가운데 동성애자 결혼 등 이른바 ‘도덕성’ 문제에 중점을 둔 도박에 가까운 전략을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들의 이 같은 보도는 부시 대통령을 칭찬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부시 대통령이 2000년 대선을 통해 분명하게 나타난 미국 사회의 분열상을 이용했고, 더 나아가 이 분열상이 더욱 고착하는 데 기여했다고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미 언론들은 비록 잠시 머뭇거리기는 했지만 패배를 시인한 케리 후보에 대해서도 그리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케리 후보가 국론통합을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는 등의 평가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뉴욕타임스는 4일 "케리는 승복을 결심하는 과정에서 산수를 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 내용이 어떠하든 제목만으로는 ‘케리는 패배를 시인하기 싫지만 표 계산을 해보니 승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케리의 패배 시인에 대해 별다른 가치를 두지 않은 것이다.
미 언론들은 또 36일간의 법정소송 끝에 승자가 결정된 2000년 대선 때처럼 미국의 선거제도 문제에 대해서 크게 천착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번에도 ‘승자독식제도’ 등으로 인해 많은 문제가 있는데도 별 탈 없이 끝나서 다행이라는 반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AP통신은 "2004 미국 대선에서 가장 놀라운 사실은 대부분 지역에서 투표가 순조롭게 진행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AFP통신은 2000년 이후 선거절차를 간소화하고 선거인단 제도를 폐지할 것을 주장하는 많은 목소리들이 채택되지 않아 올해도 그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노출됐고 선거결과 예측마저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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