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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똥 밟고 선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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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똥 밟고 선 아이

입력
2004.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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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손을 벤 자리에 붉나무 진을 불에 쬐어 바르고, 갑오징어의 마른 뼈를 갈아 붙인 이야기를 하자 여러사람이 내게 자기만 아는 민간요법을 말해주었다. 그 중에 지역마다 다른 방식으로 다스렸던게 동상이 아닌가 싶다.요즘은 발에 동상이 걸린 아이들을 쉽게 볼 수가 없다. 예전처럼 하루종일 바깥에 나가 추위 속에 노는 아이들도 없을 뿐더러 젖은 발로 돌아다닐 일도 없어 동상이 무엇인지 모른다.

동상은 얼음 썰매장에서 많이 걸렸다. 얼음을 깨며 노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얼음판에 가서 놀기만 하면 발이 흠뻑 젖는다. 그러면 얼른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해가 질 때까지 그냥 젖은 발로 썰매를 탄다. 며칠만 이러다 보면 영락없이 동상에 걸리는데, 어른들은 쇠똥을 죽처럼 걸쭉하게 데운 대야에 자꾸 발을 넣으라고 한다. 사람 똥만큼 냄새가 심하지는 않지만, 한 시간 가까이 쇠똥 속에 발을 묻고 있어야 하는 게 어린 우리에겐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곤혹스러웠던 것은 이런 모습을 동네의 다른 아이들에게 보이기라도 하면, 그때는 또 ‘어젯밤 누구는 똥 밟고 섰대요’의 놀림이 대단했던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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