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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커버스토리-하우스콘서트

입력
2004.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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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연사가 훌륭한 연설을 통해 청중을 설득하듯이 모든 연주자들은 음악을 통해 자기가 표현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듣는 이가 이해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그러기에 하우스콘서트는 내겐 고마운 공간이었다. 연주자, 공간, 청중이 함께 만들어내는 ‘시간 예술’의 참 맛을 보았다고 할까.- 챔발로 연주자 오주희씨의 작곡가 박창수씨 연희동 집에서 열린 하우스콘서트 공연 후기 중에서

대형 공연장에서 들었을 때는 현대곡이 많이 어려웠다. 그러나 오늘은 연주자의 설명도 들을 수 있어서 그런지 ‘따’당한 느낌은 훨씬 덜했다. 마룻바닥과 벽을 따라 울리는 첼로 선율은 나의 뱃속까지 퍼져 가슴으로 올라온다. 대형 공연장에서는 감히 느낄 수 없는 부분이다.

- 첼리스트 이숙정씨의 하우스콘서트를 본 '쟐(닉네임)'의 후기 중에서

지금까지 클래식 음악 무대는 우리에게 너무 먼 곳이었습니다. 그곳에 선 화려한 연주자도, 알쏭달쏭한 이름의 악기도, 자장가처럼 느껴지는 선율도 사실 우리에게는 낯설었습니다. 시커먼 객석과 대비되는 눈부신 조명, 그 곳에서 연주자는 경외의 대상일 뿐이었습니다. 좋게 말하면 그렇다는 것이고, 솔직히 말하면 공연은 너무 멀어 지루했고 그 곳을 즐겨 찾는 이들은 그들만의 축제를 벌이는 것 같아 얄미울 때도 있었습니다.

음악을 정말 사랑하지만 공연의 전형성이 지긋지긋하다고 손사래를 치셨지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반가운 소리가 주위에서 들려옵니다. 주말이면 집이나 작은 스튜디오에서 40명 남짓한 관객을 앞에 두고 연주하는 공연들이 조용히 늘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 작은 공연은 '하우스콘서트'라고 불립니다. 집, 아니면 집이 아니라도 워낙 작은 공간이다 보니 특별한 형식도, 정해진 입장료도, 거창한 무대도 물론 없습니다. 연주자는 그저 교통비만 받고 와서 편안한 마음으로 연주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대형 무대보다 더 좋은 실력이 나오기도 합니다.

공연이 끝나면 간단하고 격식 없는 와인파티가 이어집니다. 연주했던 이는 그냥 몇 발자국 움직여 관객들과 어우러집니다. 악기에 대한 설명도 친절히 들려주고 연주한 곡을 어떻게 들으면 더 재미있는지도 가르쳐줍니다. 지금까지 '높으신 분'이라고만 느꼈던 연주자가 성큼 곁에 다가와 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시죠. 그런데 대형 공연은 별로라고 생각하신다고요. 그렇다면 하우스콘서트에서 답을 찾아보세요. 따스한 이야기와 음악이 어우러지는 공간, 하우스콘서트 현장으로 가을이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글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사진 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연희동 작곡가 박창수씨

주말 저녁, 연희초등학교 건너편 골목에 위치한 빨간 벽돌집은 그 곳을 향한 조용한 발걸음들로 분주하다. 2002년 7월부터 한 달에 두세 번 꼴로 열리는 하우스콘서트 때문이다. 이 벽돌집의 주인은 작곡가이자 악보 없이 연주하는 자유로운 음악, ‘프리 뮤직(free music)’으로도 이름난 피아니스트 박창수씨다.

"예술 고등학교 재학 시절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피아노 연주를 듣게 됐습니다. 가까이서 듣는 음악이 음반이나 큰 공연장의 음악과 얼마나 다른지, 몸으로 느꼈어요. 그 때부터 막연히 ‘집에서 여는 작은 콘서트’를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습니다."

‘느낌 좋은’ 음악에 감동했던 고등학생의 꿈은 2002년 봄, 살고 있던 낡은 주택을 수리하면서 현실로 바뀐다. 2층에 있던 방 세개를 사람들이 둘러앉기 쉽도록 넓게 터서 하우스콘서트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 해 7월, 아는 이들에게 초청장을 돌려 자신이 연주하는 공연으로 1회 콘서트를 성공리에 마쳤다. 입 소문을 듣고 이 곳을 찾은 이들을 중심으로 전송하는 콘서트 안내 이메일 명단은 현재 1,700명에 달할 정도로 늘었다.

70여 회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재미있고 의미있는 공연도 많았다. 하우스콘서트 무대에 서기 위해 17명을 모아 ‘뮤지카’라는 이름의 음악 동호회를 결성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생들. 올해 4월 이들은 쇼팽 폴로네이즈와 비틀즈 ‘오블라디 오블라다’ 등 독주와 중창을 넘나들며 ‘아마추어의 힘’을 뽐냈는데 마침 관객 중에는 한 전직 대통령 부부가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봄 타계한 타악기 연주의 대가 김대환씨는 세상을 뜨기 한 달 전 이 곳에서 마지막 무대를 가졌고 2회 공연에 출연한 피아니스트 임미정씨는 북한 작곡가의 곡 ‘아리랑’과 ‘내 고향의 정든 집’을 초연해 마침 이 집을 찾은 탈북자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실험 삼아 가져본 록(Rock) 공연 역시 흥미진진했다. 일본의 유명한 기타 연주자 가스가 히로후미는 15평 남짓한 공간에 음향시설을 설치한다고 2명의 엔지니어와 트럭 한대 분의 장비를 동원해 박씨를 긴장시켰다.

이 콘서트의 가장 큰 특징은 연주자와 관객의 거리 뿐 아니라 의자까지 없앴다는 것. 40명 정도의 관객은 마루 바닥에 방석을 놓고 앉아 음악을 감상한다. 이를 두고 박씨는 "음악회에서 연주를 귀로 듣는다면 여기서는 몸으로 느낀다"고 설명한다.

공연 후 와인 파티에 쓸 음식 구입과 연주자 공연비 등을 위해 입장료 2만원을 받아 그 중 반을 출연료로 쓴다. 10명이 넘는 출연진이 종종 등장할 정도로 많은 수의 연주자가 한 무대에 설 경우도 많기 때문에 교통비 정도만 주어지는 셈인데도 무대에 서겠다는 이들은 줄을 잇는다. 콘서트 일정도 내년 7월까지 차있다.

"지금까지의 무대는 제한된 공간이었습니다. 몇몇 유명 음악가들을 제외하고는 이른바 ‘지인’들로 객석을 채워야 하는 경우가 많았죠. 연주자들도 자신을 개인적으로 모르는, 그저 음악만 보고 제 발로 찾아오는 관객이 그리웠던 것 아닐까요."

박씨는 "떼돈 벌었겠네요"라고 물어오는 이들이 가장 당황스럽다고 말한다. 이익은커녕 3년간 주머니에서 빠져나간 돈만 2,000만원이 넘는다. 돈도 돈이지만 리허설에다 청소, 공연 후 뒷처리까지 일주일에 삼사일을 투자하기도 너무 힘겨워 지난해에는 이제 그만 하우스콘서트를 접을 생각도 했다.

"그런 기미를 내비쳤더니 하우스콘서트 단골들이 ‘가만 안 두겠다’며 들고 일어나더군요. 그만큼 ‘작은 콘서트’에 대한 욕구가 절실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제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 집의 2층은 하우스콘서트를 위해 비워두어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앞으로 이런 공간이 전국 곳곳에 늘어서 네트워크도 형성되고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도 많아졌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어디서 열고 어떻게 진행하나

하우스콘서트를 말 그대로 해석하면 ‘집에서 열리는 공연’이다. 대형 공연장이 아닌 개인의 집에서 열린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집은 물론 50명 내외가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공간에서 열리는 콘서트는 모두 하우스콘서트라고 일컬어진다.

작곡가 박창수씨 단독주택에서 열리는 하우스콘서트는 2002년 7월 시작, 지난 주 토요일 피아니스트 신상진씨의 무대까지 정확히 71회의 공연을 마쳤다. 주로 금요일 혹은 토요일 오후 8시에 열린다. 클래식 음악이 대부분이나 대중음악이나 영화 상영, 혹은 무용 공연도 종종 준비된다. 공연 정보는 박씨 개인 홈페이지(http://free-piano.com)나 싸이월드 미니홈피(http://cyworld.com/hconcert),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hconcert), 전화문의 (019-223-7061)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다. 공연 후 와인파티를 포함해 입장료는 2만원. 12월 말 약 20명의 연주자가 출연하는 ‘갈라 콘서트’를 준비 중이며 이 때는 입장료 대신 각자 먹을 음식을 준비해오면 된다.

한두 달에 한번 꼴로 열리는 동부 이촌동 음악 살롱 ‘스트링하우스(02-749-1491)’의 하우스콘서트는 입 소문을 통해 유명해졌다. 독거 노인 돕기 등 ‘좋은 일’이 동반될 때도 많다. 특히 이 살롱의 주인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이며 악기 전문가인 여은희씨의 악기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관객을 사로잡는다. 다음 공연은 11월 19일. 정해진 입장료는 없지만 입구에 있는 바구니에 정성껏 ‘하우스콘서트 후원금’을 넣도록 돼 있다. 40석으로 좌석이 한정돼 있어 미리 전화로 문의하는 것이 좋다.

소설가이자 콘서트하우스 ‘레머니스(062-672-6730)’ 대표 이명행씨는 집은 아니지만 레스토랑에서 하우스콘서트 형식의 공연을 한 달에 두 번 연다. 입장료 2만원. 울산에서는 음악 애호가들의 모임 ‘객석문화(http://cafe.daum.net/auditorium)’를 중심으로 하우스콘서트가 자주 열린다.

오보에 연주자 성필관씨도 서울 부암동 한옥 집에서 매주 토요일 6시 하우스콘서트를 연다. 하우스콘서트를 위해 100명 남짓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하고 공연이 끝나면 식사와 와인이 마련된다. 공연하면서 아무 말을 할 수 없는 ‘침묵파티’를 열거나 피아노에 상복(喪服)을 입히고 그 앞에서 챔발로 연주를 하는 ‘모던이여 안녕’ 공연을 하는 등 주제와 철학을 담는 것이 특징이다. 식사 포함 입장료 5만원이고 정보는 홈페이지(http://www.freechal.com/capone)에서 얻을 수 있다. 6일 오후 4시 강원도 횡성 한국통나무학교 (033-342-9596, http://www.logschool.net) 앞마당에서 열리는 ‘야외 하우스콘서트’도 기대되는 무대다. 클라리넷 4중주단이 출연, 단풍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음악회를 선보일 예정이다. 바비큐 파티 포함 입장료는 1만원이다.

금호문화재단 박성용 이사장도 자택에 ‘문호홀’이라는 이름의 작은 공연장을 마련하고 2002년 5월부터 지금까지 20여 회의 하우스콘서트를 개최해오고 있다. 금호재단이 지원하는 어린 학생의 연주부터 피아니스트 보리스 베르만, 손열음, 바이올리니스트 김소옥 등 쟁쟁한 음악가들의 공연이 이어지지만 일반인에게 공개하지는 않고 초청 형식으로만 진행한다.

■숨소리까지 연주처럼… 클래식의 샘터로 오세요

방석을 깔고 앉아 눈을 감고 있는 이들, 가부좌를 틀고 앉은 사람, 다리를 쭉 펴고 박자에 맞춰 몸을 살짝 흔드는 젊은이…. 처음으로 하콘(하우스콘서트)을 찾았을 때 느꼈던 충격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숙명여대 작곡과 2학년 강선애씨가 작곡가 박창수씨의 서울 연희동 집에서 열린 하우스콘서트(house concert)를 보고 인터넷에 올린 관람기의 한 도막이다.

‘하우스콘서트’라는 단어에서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가. 혹시 문이 굳게 잠긴 오래된 성과 ‘연주 할 테면 해봐’라는 듯한 표정으로 레이스 달린 실크 부채를 펴 들고 앉은 귀족들을 상상하지는 않는지. 그렇다면 분명 21세기 대한민국의 하우스콘서트를 찾아가보지 않았기 때문일 테다.

음악에 목말랐던 이들 사이에 입 소문을 타고 급속히 퍼지는 ‘풀 뿌리 음악회’, 하우스콘서트의 매력은 무엇일까.

◆"연주자도 숨이 차고 땀이 흘러요"

"플루트 연주자는 관객이 많은 공간에서 연주를 하면 공기가 탁해서 숨이 찹니다. 땀도 뻘뻘 흐르죠. 그런데도 사람들은 플루트는 한없이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줄로만 알고 있어요. 관객과 연주자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생기는 오해입니다. 하우스콘서트에서는 그런 오해 없이, 연주자의 가장 정직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요."

동부 이촌동에 위치한 음악살롱 ‘스트링하우스’에서 개최하는 하우스콘서트에 여러 차례 참가했던 플루티스트 김영미씨는 "작은 공간에서 소수의 관객을 만날 때 연주자는 가장 정직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관객의 숨소리나 시선을 바로 느낄 수 있는 곳이 하우스콘서트 현장입니다. 연주자에게는 두려운 설정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혼신의 힘을 쏟게 하지요. 반면 관객은 ‘나만을 위한 연주’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독특한 공간이기도 하고요."

서울을 비롯해 광주와 울산 등 하우스콘서트가 있는 장소라면 기쁜 마음으로 참가해 피아노를 연주한다는 울산대 음대 임미정 교수 역시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는 ‘완벽한 자신이 될 수 없는 상황에서 연주하는 것은 사기’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대형 연주 공간에서는 스스로가 지나친 긴장 때문에 불순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연주자들의 수준이 높아지려면 자신의 실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져야 합니다."

지난달 연희동에서 열린 하우스콘서트에서 연주한 챔발로 연주자 오주희씨는 이를 "청중과의 편안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색다른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처음 만나는 이들이었는데도 낯설지가 않았고 음악회 후에도 기분 좋게 이야기할 수 있었어요. 모든 연주자들은 음악을 통해 자기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청중이 이해해주길 바랄 거에요. 연주 후 만난 이들은 마치 내가 들려준 긴 이야기를 듣고 ‘오주희’라는 인간을 잘 이해하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격식 대신 와인이 있는 리셉션

"하우스콘서트가 끝나면 꼭 와인파티가 이어져요. 공연 후에 연주자가 바로 객석 사이로 내려옵니다. 악기의 특징, 혹은 연주한 곡이 무엇인지 공연 내내 궁금했던 것을 바로 물어볼 수 있어요. ‘연주자도 이렇게 따뜻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우스콘서트를 찾는 많은 이들은 강선애씨와 마찬가지로 연주 후 와인 파티를 고대한다. 대부분의 하우스콘서트는 간단한 와인과 다과가 있는 와인파티로 이어지게 마련. 멋진 연주를 선물한 음악가들, 혹은 마음이 맞는 청중들과의 격식 없는 대화는 밤 늦도록 이어진다.

"아는 분이 초대를 해서 스트링하우스의 하우스콘서트에 지난해 처음 참가했어요. 작은 공간에 의자를 촘촘히 놓고 앉아 있는데 유명 피아니스트 김진호씨가 나오는 거에요. 바로 앞에서 연주를 듣는다는 것도 놀라웠는데 연주가 끝나고 나니 우리 사이로 들어오셔서 함께 와인을 즐기시더라구요."

그 날의 경험을 ‘정신이 나갈 정도였다’라고 표현하는 O치과 김옥경 원장은 "음악의 감동을 공유한 이들 사이의 와인 파티는 마치 한 가족 같은 느낌"이라며 "연주자와 관객의 벽이 무너지는 소규모 콘서트가 동네 곳곳마다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관객도 연주자가 되는 ‘2부 공연’

하우스콘서트의 백미는 이른바 ‘2부 공연’. 공연자의 연주에 한껏 고무된 관객들이 흥에 겨워 연주하는 음악으로 가득 채워진다. 간혹 실력 있는 ‘숨은 음악가’들이 등장, 관객을 놀라게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풋풋한 아마추어 연주가 많다. 불쾌감만 주지 않는다면 장르나 레퍼토리도 전혀 제한이 없다.

스트링하우스 여은희 대표는 "간혹 2부 공연이 더 즐겁다"며 "본 공연은 한시간인데 2부 공연은 두세 시간씩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날 연주자 중 피아니스트가 있으면 그 분의 연주를 반주 삼아 노래 실력을 뽐내고 싶어하는 분들이 유난히 많아요. 선곡이야 나폴리 민요에서부터 ‘목포의 항구’까지 자유지요. 이미 음악의 향기에 흠뻑 취한 이들에게는 모든 음악이 즐겁거든요."

박창수씨 집에서 열리는 콘서트도 2부 공연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박씨는 "관객들이 집에 갈 생각을 않고 새벽 두세 시까지 남아서 와인을 마시며 ‘자체 공연’을 가지는 바람에 요즘은 시간을 자정으로 제한해 두었다"며 웃는다.

◆"클래식 음악 위기 이기는 대안 됐으면"

"아무나 갈 수 없는 곳 아니냐"는 질문도 나올법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하우스콘서트는 음악을 듣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입장료는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일반 공연장의 반값 수준. 돈이 없다면 청소를 돕거나 먹거리를 대신 들고 가도 된다. 정보는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다. ‘고고한 문화 부르주아’보다는 ‘음악에 목마른 딜레탕트(Dilletante·애호가)’가 모이는 음악의 샘터, "작곡가 이름은 몰라도 음악 없이는 못산다"고 토로하는 이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은 곳이 바로 하우스콘서트 현장이다.

클래식 음악의 틀은 아직 300년 전 유럽의 모습을 크게 벗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소수의 문화 혜택자를 위한 음악이 주류가 되고 연주자들은 유명한 무대에서 연주한 것을 주요 경력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과연 그런 틀이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임미정 교수는 하우스콘서트에서 클래식 음악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봤다고 강조한다.

"이전 형식의 공연도 분명 중요합니다. 그러나 연주자 수는 느는데 연주할 곳이 부족하다면 분명 문제가 있지요. 공연 수입보다 홍보비가 더 드는 시스템도 그렇고요. 관객이 듣고 싶어서 만들어지는 무대가 가장 건강한 무대입니다. 우리나라는 일반인들의 문화 욕구가 높고 실력 있는 연주자 층도 두터운 만큼 ‘선택된 소수’가 아닌 ‘원하는 모든 이’를 위한 수준 높은 하우스콘서트 문화가 형성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최초로 말이죠."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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