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을 축하합니다." 3일 오전 11시(현지 시각)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대선 패배를 인정했다. ‘불복이냐 승복이냐’를 놓고 10시간을 고심한 끝에 깨끗한 퇴장을 선택하는 순간이었다.이번 대선은 자칫하면 재검표와 법정 공방이 이어진 2000년 대선의 재판이 될 뻔했다. 이날 새벽 1시 NBC방송 등이 ‘부시가 오하이오를 확보해 승리했다’고 보도하자, 보스턴 비콘힐의 케리 자택에 마련된 민주당 선거본부 ‘워룸(war room)’의 분위기는 "이번엔 끝까지 가야 한다"는 강경론이 대세였다. 소송 전문 변호사 출신인 존 에드워즈 부통령 후보를 필두로 선거 참모들은 "지금 패배를 인정해선 안 된다" "모든 돌다리를 다 두드려 보자"는 의견을 쏟아냈다. 참모인 밥 쉬럼은 "모두 패배의 냄새를 맡고 있었지만 오하이오 잠정투표 수를 정확히 몰라 아직 최종 판단은 이르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케리는 30분 만에 오하이오 패배 불복 성명을 냈고, 에드워즈는 오전 2시30분 카플리광장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서 불퇴전의 각오를 다졌다. 케리는 오전 3시께 아예 잠자리에 들었다. 장기전이 예상되던 순간이었다.
‘워룸’에선 밤샘 토론이 이어졌다. 한 참모는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피 말리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오하이오 계가’가 끝나자 더 이상의 토론이 무의미해 졌다. 결론은 ‘역전 불가’.
케리는 오전7시 눈을 뜨자마자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이 야유성 승리 선언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어 참모진의 ‘대세를 뒤엎을 수 없다’는 보고를 받자 케리는 패배 인정을 결정했다. 케리는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 동생 캐머론 등 친지 가족과 함께 최종 회의를 가졌다. 오전10시 오하이오의잠정투표 수가 부시와의 표차와 별 차가 없는 15만5,000여표인 것으로 최종 확인됐고, 케리는 잠시 후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 전화번호를눌렀다. 케리는 오후 1시 공식 패배 선언을 하면서 "일말의 승리 가능성이 있었더라도 포기하지 않았겠지만 오하이오엔 표가 남아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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