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열린우리당이 4일 합의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부동산으로 벌어들인 부(富)를 환수해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당초 취지보다 크게 후퇴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당정협의 과정에서 정부가 부동산 부자들에게서 거둬들이려 했던 규모가 당초 예상의 50% 수준으로 줄어든 반면 거래세 인하를 통해 깎아줄 세금은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택의 개인별 소유주택 합산가액이 국세청 기준시가로 9억원 이상으로 정해져 서울 강남 주민의 상당수는 세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전체적으로 종부세 도입에 따른 소득재분배 효과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세저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정치적 고려에 따라 종부세를 매기기 전에 취득·등록세를 큰 폭으로 인하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당정은 3가지 방법을 동원해 거래세를 내리기로 했다. 우선 연내 지방세법을 개정해 취득세와 등록세를 합한 거래세율을 현재 5.8%에서 4.6%로 1.2%포인트 인하키로 했다. 또 내년에는 행정자치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관련 조례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부담을 줄여주고 지방세법도 별도로 개정키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3조원에 달했던 거래세 세수가 내년에는 11조원 안팎으로 2조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종부세 시행 첫해인 내년에는 세액 증가규모를 올해(3조2,000억원)의 10% 수준에서 억제키로 했다. 이에 따라 거래세가 2조원 감소하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오히려 1조7,0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부는 종부세를 매년 단계적으로 올려 세수균형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중장기 세수균형 방안은 발표에서 제외된 세율인상 방안이 확정되는 대로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세수 감소와는 달리 정부가 종부세를 과세키로 한 6만명 안팎의 부동산 부자들은 매년 50%씩 보유세를 더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정은 종부세 대상자의 세부담 급증을 막기 위해 ‘세부담 상한선’을 도입해 2005년과 2006년 세부담이 각각 전년대비 50%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현재의 보유세율이 극히 낮은 수준임을 감안하면 종부세 대상에 포함된 대부분의 부동산 부자들은 2008년까지는 매년 50%씩의 세부담 증가가 예상된다. 특히 강남의 45평형 이상 아파트 1채 가격이 11억원을 넘어서는 것을 감안하면,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주민들의 거센 조세저항이 예상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매매가격이 11억7,500만원인 대치동 H아파트 45평의 경우 올해 보유세가 80만~90만원(재산세 58만3,100원+종합토지세 30만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세부담 상한이 적용돼도 보유세 총액은 120만원을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박진석기자 j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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