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를 앞세워 재선에 성공한 부시 미국 대통령의 향후 대내외 경제정책은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 확대라는 두 기조를 대체로 유지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힘의 우위를 신봉하는 정권의 성격을 감안할 때 우리로서는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다.우선적으로 점검해야 할 문제는 농산물 개방, 자유무역협정(FTA), 스크린쿼터, 지적 재산권 등 수년간 줄다리기를 계속해 온 한미통상 현안이다. 정부는 그동안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발전을 위해선 개방이라는 세계적 흐름을 피할 수 없다며 내부적으로 다양한 이해집단의 욕구를 다독이면서 밖으로는 세계무역기구(W TO) 등 다자간 무역협상 무대를 통한 문제해결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연간 4,000억달러대인 재정적자와 5,000억달러대의 무역적자에 시달리는 부시 행정부로선 올 10월까지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100억달러를 넘어선 한국이 곱게 보일 리 없다. 통상압력의 거센 파고가 조만간 몰아닥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 만큼 정부는 탁상 위에서 아전인수식 전망만 마구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통상인력 확충, 실현가능한 대안 마련, 협상기술의 강화 등 시스템에 대한 능동적 대비를 늦춰선 안 된다.
아울러 부시 행정부가 밀어붙여 온 고유가-약달러 정책이 우리 경제 전반과 산업에 미칠 부작용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유가와 환율은 정책 당국자가 임의로 관리할 수 없는,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기에 더욱 그렇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외국인투자기업 CEO들을 만나 "대기업의 높은 수익률과 은행 건전성 등을 볼 때 한국 경제의 장기불황 우려는 기우"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나날이 발표되는 경제지표를 보면 이 말은 전혀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실적과 결과로 보여 주지 않고 말로써 경제를 지도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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