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생 시절에는 친구들과 서점에 자주 갔다. 그 시절 서점에 가는 이유는 그야말로 일상에서의 탈출이었다. 삶이 힘들고 의욕이 없어지면 시장에 가보라고 하는 것처럼 학생에게는 서점이 그런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서점에 들어서면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독서욕이 갑자기 생겨났고 수많은 책 속에서 그동안 책 한 권 제대로 안 읽고 뭐 하며 살았는지에 대해 반성도 많이 했다.그래서 나중에 어른이 되면 주기적으로 책도 사고 꾸준히 독서하는 습관을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한 적도 있다. 그 후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한동안 독서에 대한 생각을 잊어버린 듯했으나 다행스럽게도 결혼식 때 평생 책을 가까이 하라는 주례사를 듣고 다시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당시 주례는 나의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이셨다.
그래서 결혼 후에는 정말 틈틈이 서점에 들러 책도 사 보고 이사할 때마다 지역 도서관을 찾아 회원 등록도 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편리함을 추구하다 보니 요즘에는 서점 드나들 일이 거의 없어졌다. 필요한 책은 인터넷으로 주문해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도 아내와 어린 두 아이 손을 잡고 종로에 있는 대형 서점에 갔다. 아내가 제안한 ‘비오는 휴일 보내기’ 계획이었다. 요즘 연중 행사 정도로 이루어지는 나의 서점 나들이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서점도 이제는 책만 파는 곳이 아닌 문화공간이었다. 수 만 가지의 책은 물론이고 문구, 음반 등을 팔고 편안한 음악을 들으며 허기도 달랠 수 있으니 말이다. 간혹 서점을 데이트 장소로 고른 것 같은 연인들도 보였으며 우리처럼 가족 나들이 장소로 선택한 것 같은 이들도 보였다. 아무튼 서점을 찾은 사람들 모두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들에게는 직업이나 지위를 막론하고 좋은 향기가 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다만 내가 필요 이상으로 잠자고 TV 보며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공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커서 데이트를 한다고 하면 반드시 서점에 가라고 하고, 수입의 5% 정도는 책 구입에 쓰고, 내 집이 생기면 꼭 서재를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서점 나들이는 내게 여러 모로 자극을 주었고 나는 그 자극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세상의 위대함을 보고 싶은 사람이나 무엇인가를 찾는 사람들, 그리고 오갈 곳 없는 사람들에게 서점 나들이를 권하고 싶다.
onemore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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