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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They Are Wrong"

입력
2004.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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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의 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얼마 전 민주당 존 케리 상원의원은 CNN의 래리 킹 프로그램에 출연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이렇게 비난했다. "전쟁으로 1,000여명의 미군 병사들이 희생됐고 우리는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있다. 이라크 전쟁은 미국이 가장 마지막으로 생각해야 할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들은 틀렸다(They are wrong). 이제 바로잡아야 한다." 물론 어조는 격렬하고 단호했다.이어 래리 킹이 함께 출연한 부인 테레사 하인즈에게 견해를 물었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그 말은 맞다. 그러나 그 것은 누가 선이고, 악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지금 국민과 국가를 위한 길이 무엇인가를 논쟁하는 것이다."

부시와 케리, 그리고 그의 지지자들은 유례없이 치열한 선거전을 치렀다. 형식과 절차가 선거이지, 아마도 ‘내전’이라고 해도 될만한 격전이었다. 선거는 막을 내렸지만, 그 싸움이 선과 악의 대결이었다면 끝날 수가 없는 싸움이다. 부시가 틀렸든 맞았든 미국의 선택은 다시 부시였다. 그러나 이긴 부시도, 진 케리도 연설의 일성은 통합과 단합이었다. 선거 결과가 격정과 분열을 봉합할 수 있는 것은 그 싸움이 테레사 하인즈가 말하는 싸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대답은 매끈한 화술이 구사한 모범답안이기도 했지만, 정치와 선거에 대한 간단명료한 정의로도 모자람이 없다.

복잡하고 말 많던 미국 대선이 끝나고 유독 패자 부인의 평범한 말이 인상에 남는 것은 왜일까. 눈을 한국으로 돌려보니 그 것은 바로 꽉 막혀 뒤로만 가는 한국 정치가 들어야 할 말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선과 악, 진보와 보수, ‘꼴통’과 ‘꼴통’들로 나누는 분열의 정치가 마치 정치의 원형인 양 뿌리를 내리려 한다. 이게 선거라면 끝이라도 있을 텐데, 매일 매일의 정치일상이 이 모양이니 끝도 안 보인다. 큰 일이다.

이 곳의 싸움에선 진보는 선이고, 보수는 악이다. 또 여당은 개혁이라 선이고, 야당은 수구라서 악이다. 그래서 여당의 집권은 역사의 필연이고, 야당이 집권하면 역사의 퇴보다. 누가 하는 말들인가. 지난 1년 8개월 간 승자인 대통령과 그의 2인자인 국무총리가 했고, 하고 있는 말들이다. 상대가 악이니 여기서 정치란 바로 배척과 타도이다. 악은 나쁜 것이고, 반드시 제거돼야 하니 그 정치가 성공해야 공익에 이바지 한다.

그게 맞다면 지금쯤 국민과 여론이 호응하고 있을 것이고, 야당은 초라한 존재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상과 실제가 다르면 그건 틀린 정치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수도이전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결정하자 헌재를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함부로 나오는 게 지금 여권이다. 마음에 안 들면 법과 제도쯤이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위험한 발상이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여론이 외치는데도 폐지만이 선이자 개혁이라고 고집하는 게 지금 여당정치다. 개혁은 불합리한 것을 새롭게 뜯어 고친다는 뜻이다. 개혁은 좋은 말이다. 그러나 여당이 말하는 개혁이 이런 사전적 개혁으로 통하지 않는데 여당정치의 문제가 있다. 그 개혁이 보통명사의 좋은 뜻에서 벗어난 지는 한참 됐다.

꼴통은 꼴통을 낳는다. 꼴통의 이익은 공익과는 거리가 멀다. 이해찬 총리가 야당과 언론에 폭언을 가한 뒤 지지그룹의 스타로 떠올랐다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다. 여당에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이라는 중도파가 등장하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국민정서에 동떨어지면 아무런 결과도 얻을 수 없다"고 그들은 말한다. 주장은 결과를 얻기 위해 하는 것 아닌가. 골수 지지만을 지향하는 정치가 국민을 편하게 할 리가 만무하다. 그래서 겪는 게 민생고이고, 그러니 그들은 틀렸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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