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스포츠 면을 뜨겁게 달군 기사는 밤비노의 ‘저주’에서 ‘용서’로, 그리고 다시 ‘기적’으로 이어진 보스턴 레드삭스의 미국 월드시리즈 우승 소식이다. 수십 년 동안 밤비노의 괴담에 시달리던 보스턴 레드삭스의 팬들은 뉴욕 양키스에 대해 ‘13의 저주’라는 것을 만들어냈다. 뉴욕 양키스에 우승 반지를 선사하겠다며 올해 초에 이적한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등 번호는 13인데, 그는 뉴욕 양키스가 보스턴 레드삭스와 월드시리즈 진출을 놓고 겨루던 경기에서 저조한 플레이를 보였다. 이런 부진이 등 번호 13에서 연유했다는 것이 바로 13의 저주다. 원래 로드리게스는 3번을 원했지만, 뉴욕 양키스에서 3번은 전설적인 선수면서 밤비노의 저주를 만들어낸 베이브(이탈리아어로 밤비노) 루스가 달던 번호이기 때문에 영구 결번이고, 그 대신 미식축구의 황제 댄 마리노의 등번호 13을 택했다.13이 환영 받지 못하는 수가 된 이유는 예수가 마지막 만찬을 가진 날이 13일의 금요일이고, 12제자와 더불어 13명이 만찬에 참석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또 다른 해석에 의하면 m은 13번째 알파벳인데, 히브리어로 죽음을 의미하는 mavet과 관련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신의학과에서 사용되는 triskaidekaphobia는 3을 나타내는 triska와 10에 해당하는 decca를 더해 13을 만들고, 여기에 공포를 뜻하는 phobia를 결합시킨 용어로 ‘13일 공포증’을 뜻한다. 이런 병명이 정식으로 존재하는 것을 보면 서양에서 13에 대한 기피증은 하나의 보편적인 현상인 것 같다.
우주선 아폴로 13호도 13이 재앙을 불러들인 것으로 세인의 입에 오르내렸다. 사실 아폴로 13호는 제작 당시부터 13을 피하기 위해 12B호나 14호로 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첨단 과학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NASA와 우주선의 선장은 비과학적인 미신을 배격한다는 의미에서 13호를 고수했다. 아폴로 13호가 발사된 시간은 13시 13분으로, 굳이 이런 시간을 택한 것은 13과 정면 대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지 모른다. 아폴로 13호는 결국 이틀만인 4월 13일에 기관 고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13을 불길한 수로 간주한 것은 아니다. 음악가 바그너의 인생은 13과 관련이 깊고 바그너 스스로도 13을 자신의 수로 생각했다. 바그너의 이름 Richard Wagner는 모두 13개의 알파벳으로 되어 있고, 바그너는 모두 13편의 대작을 남겼으며, 대표작 ‘탄호이저’는 1845년 4월 13일에 완성됐다. 또한 그가 태어난 1813년에서 각 자릿값을 더하면 1+8+1+3이므로 13이 되고, 1883년의 처음과 마지막 숫자도 13이며, 그가 사망한 1883년 2월 13일의 날짜는 13일이다.
미국은 초기에 13개의 주로 건국했기 때문인지 1달러 지폐의 여러 부분에서 13을 찾아볼 수 있다. 1달러 뒷면에 인쇄된 피라미드는 13층이고, 독수리의 머리 위에는 13개의 별이 있고, 독수리 아래에는 13개의 세로줄이 있으며, 독수리의 발톱에는 전쟁을 상징하는 화살이 13개 있다.
영어에서 13은 baker’s dozen, 즉 ‘빵 가게 주인의 1다스’라고도 한다. 중세 영국에서는 빵의 무게가 정량인지 엄격하게 조사했는데, 빵 가게에서는 함량 미달로 적발될 것을 우려하여 12개에 1개를 보태 13개씩 주었다는 데서 연유했다. 그런 맥락에서 baker’s dozen은 1다스에 덤으로 얹어주는 공짜 선물이라는 뜻이 된다. 이제부턴 13에 불길한 의미보다는 덤이나 선물과 같이 따뜻한 의미를 담아서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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