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는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이 아니었다. 3일 기업과 관공서 등에서는 하루종일 대선방송을 지켜보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고, 거리의 시민들도 삼삼오오 모여 대선 결과를 점치느라 분주했다. 특히 오후 들어 부시의 우세가 뚜렷해지자 곳곳에서 환호와 탄성이 교차했지만 환호보다는 탄성이 많았다.한국에 살고 있는 미국인들조차 부시의 당선을 크게 반기지 않았다. 하루종일 손에 땀을 쥐고 TV와 인터넷을 통해 대선결과를 주시하던 이들은 부시의 당선이 점점 유력해지자 크게 낙담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일부는 여전히 부시행정부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서울 강남의 한 영어학원에서 일하고 있는 미국인 제임스 플라워스(38)씨는 "한마디로 재앙"이라면서 "여기서 일하는 11명의 미국인 중 9명이 케리 후보를 지지할 정도로 우리는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CNN 방송을 지켜보던 대학원생 제니 리(28·여)씨 역시 "부시의 당선은 미국인들 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불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인 웬디 친(25·여)씨는 "부시만이 테러의 위협에서 미국인들을 지켜 줄 수 있는 유일한 대통령"이라며 반겼다.
시민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거리에서 개표과정을 지켜보던 회사원 문영균(35)씨는 "전 세계의 목소리를 무시한 미국인들의 선택이 실망스럽다"면서 "부시의 당선으로 미국의 보수화 경향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박모(65)씨는 "북핵문제 등 한반도 현안을 부시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네티즌 ‘yaksok801’은 "최근 미국시민권까지 따고 케리에게 투표했는데 지고 말았다"면서 "미국, 특히 시골지역에 아직도 보수적인 사람들이 많다"고 개탄했다.
국내 시민단체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최열 환경운동연합 대표는 "결과는 전 세계가 바라는 방향과 다르게 나오고 있지만 부시행정부는 지금까지 펼쳐 왔던 정책들을 재고하고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통일위원회 심재환 위원장은 "힘을 얻은 부시가 북한에 대한 강경책을 더욱 강하게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에 대한 압박으로 한반도에 긴장을 부를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독립신문 신혜식 대표는 "부시의 당선으로 최악의 상태인 한미관계가 정상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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