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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지난달 29일 크랭크인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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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지난달 29일 크랭크인 '태풍'

입력
2004.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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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택 감독의 해양액션대작 ‘태풍’(제작 진인사 필름, 2005년 12월 개봉 예정)이 지난달 29일 부산에서 크랭크인했다. 탈북과 남한으로부터의 입국거부를 겪은 후 증오심으로 동남아시아 일대를 떠돌며 테러를 일삼는 해적, 그리고 그와 맞서는 남한의 해군장교를 통해 분단현실을 그려낸다. 탈북자, 아시아 경기침체로 말라카해협 부근에 활개치는 해적, 테러위기 등 지금 우리를 둘러싼 외면하고 싶으나 고개 돌릴 수 없는 다양한 각도의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총 제작비만 130억원이 넘는 ‘태풍’에는 서른 두 살의 동갑내기 장동건과 이정재가 해적과 장교로 등장한다.◆"장동건 맞아? 소리 나올 겁니다."

툭 불거져 나온 광대뼈 위에 커다란 눈이 번쩍 번쩍 빛을 내고 있다. 그 눈은 자신을 받아 들이지 않은 남한에 대한 증오를 뿜어내며 이글거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얼굴은 검게 그을었다. "살은 영화 때문에 뺀 건가요?" "그렇죠. 살찐 해적이 어디 있겠어요?"

중국 첸카이거 감독의 영화 ‘무극’을 촬영하면서 6㎏이 빠진데다 다이어트까지 해 2㎏을 더 뺐다. "화면에 등장했을 때 ‘저거 장동건 맞아?’ 싶을 정도로 변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원래 비뚤어진 역을 좋아해요."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너무 잘 생긴 외모도 극복해야 하는 콤플렉스임에 그는 의도적으로 스스로를 망가뜨린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진태는 광기를 마구 뿜어내는 역이었다면, ‘태풍’의 씬은 끓어 오르는 에너지를 안으로 삭이는 점이 다르죠." 곽 감독은 "‘친구’ 때보다 더 못되게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네가 못되게 나오면 영화가 다 잘되더라"는 말도 덧붙인다.

장동건은 카메라 앞에서 폼만 잡고 있어도 인기가 따라 왔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쉬운 것보다 어려운 것을 택했다. "해군장교 역에는 관심 없었나요?"라고 물었더니 "너무 스탠다드 해서 싫다"고 했다. 곽 감독의 ‘친구’에서 부산 사투리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했던 그는 요즘 북한 억양을 익히기 위해 씨름 중이다. 탈북자가 녹음해 준 대본을 열심히 따라 읽고 있다. 서울, 경상도, 전라도 말이 제 각각이듯 북한말이라고 다 똑같을까. 함경북도 사투리는 흔히 접하는 북한말과는 또 다르다. "힘들겠다" 했더니 "‘2009 로스트 메모리즈’에서는 일본어로도 했는데요. 외국어대사(?)는 노하우가 생겨 이제 할 만 해요"라며 CF에서 본 웃음을 씩 웃어 보인다.

◆"곧고 정돈된 모습 이정재에 딱이죠"

"곽경택 감독 영화 출연, 소원 풀었어요."

제복 갖춰 입은 해군장교 역이니 그가 사람들 앞에 처음 등장했을 때의 그 이미지처럼 단정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연기 변신보다는 그 이미지를 지켜 나가고픈 게 이정재의 바람이다. "동건이가 맡은 해적 역이라면 못 할 것 같아요. 나를 완전히 버리고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잖아요. 내가 잘 할 수 있는, 좋아하는 캐릭터를 하자는 생각이죠. 저는 곧고 정돈된 모습을 좋아해요."

‘태풍’ 출연은 이정재 본인이 열렬하게 원해 이뤄졌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출연할 수 있을까 싶어 곽 감독 주변에서 계속 얼쩡거린" 덕이라 한다. 소속 기획사를 통해 정식으로 출연 의뢰를 했고 이정재는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결정했다. 그런데 곽 감독의 말은 다르다. "아닌데, 내가 먼저 시나리오 초고를 보냈던 거로 기억하는데?"

아무튼 감독과 배우 모두 원한 바를 이뤘다. 곽 감독의 영화에 왜 그리 출연하고 싶었을까. "기술적인 한계를 넘어서 좋은 작품을 찍는 분이죠. 영화의 주제의식도 늘 또렷하구요." 이정재의 답이다. "방위로 복무했다"는 커밍 아웃과 같은 발언을 앞세우고 이정재는 말을 이어 간다. "제가 맡은 강세종 역은 서해교전 때 전사한 윤영하 소령의 동기인 해사 50기로 설정돼 있어요. 윤 소령 이야기가 실제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인터넷으로 해군에 대한 자료를 모아가며 캐릭터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액션신이 많이 등장하는 터라 공수부대훈련까지 받았다. "군대에서는 헬기 한번 탄게 가장 대단한 훈련이었다"는 그는 "무술감독이 짠 프로그램에 따라 3개월 동안이나 고공낙하 같은 훈련 받느라 ‘정말 정말’ 힘들었다"고 엄살이다. 새 영화를 앞두고 누구보다도 들뜬 듯했다.부산=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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