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이 다시 집권하면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외여건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약달러-고유가’ 구도도 지속될 전망이다.이날 거래소시장은 전날보다 14포인트 상승하면서 부시의 재선을 환영했지만, 이는 ‘어쨌든 결론이 났다’는 불확실성 제거 차원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물경제에서는 유가상승, 환율절상, 한반도 긴장 고조 가능성 등 부정적 측면과 대미 수출 호조세 지속이라는 긍정적 측면이 교차하고 있다.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지만 이는 미 정부 경제운용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안도감에서 비롯된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통산업 분야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해온 부시 대통령은 2002년부터 달러화 약세를 용인해 왔고, 앞으로도 이런 입장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제품의 가격경쟁력은 떨어지는 셈이다. 물론 미국이 중국 위안화 절상압력을 높일 경우 해외시장에서 중국과 비교한 상대적 가격경쟁력이 올라갈 수는 있지만,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도 덩달아 감소할 수 있다.
관건은 유가다. 미국의 일방주의와 대 중동 강경책이 심화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대응한 반미 테러도 줄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정세 긴장 강화는 원유의 ‘리스크 프리미엄’을 올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 경우 중동 원유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기업의 채산성 악화, 물가상승 압력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실제 이날 아시아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선물 가격은 개장 초반 민주당 케리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에 전날보다 내림세로 출발했다. 그러나 출구조사 발표 이후 부시 대통령이 앞서자 다시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의 보수적 대외정책은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도를 높여, 금융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부시 행정부가 6자회담을 무력화하면서 북한에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할 수도 있고, 이 경우 우리나라의 ‘국가 리스크’는 증폭될 수밖에 없다. 반면 대미 수출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부시의 감세정책이 미국 경기의 호조세를 어느정도 연장시켜 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물론 철강이나 석유화학 등 미국의 전통산업 보호를 위한 수입규제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겠지만, 부시 행정부가 기존의 자유무역정책을 급격히 보호무역주의로 전환할 가능성은 낮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전무는 "기존 정책이 유지된다는 측면에서 한국경제의 대외여건에 큰 변화는 없다고 봐야 한다"며 "다만 부시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내년이후 미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데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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