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인간 열풍에 휩쓸려 평소 생활습관을 무시한 채 한 동안 새벽같이 일어나 보셨겠지요? 아마 종일 피곤하기만 하고 능률은 오히려 떨어지는 걸 경험하셨을 겁니다. 밤이 되면 졸리고 아침에 되면 자연스럽게 눈이 떠지도록 하는 ‘생체 리듬’, 혹은 ‘생체 시계’ 시스템은 포유류만 지닌 독특한 기능으로 시간에 따른 신체의 활동량을 조절하는데 이것을 어기면 하루가 엉망이 되곤 하지요.
지난 2일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한 생의학 전문지 ‘PLoS 바이올로지’ 에는 생체 리듬을 조절한다고 알려진 단백질 Bmal1과 Clock이 혈당과 지방까지 조절한다는 내용의 논문이 실렸습니다. 펜실베니아 약대 가렛 피츠제럴드 박사와 다니엘 루딕 박사 연구팀이 발표한 이 논문은 생체 시계를 조절하는 이 두 단백질을 제거한 쥐가 혈당 조절 능력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설명합니다. 무슨 뜻이냐고요? ‘무엇을 먹는가’ 하는 것만큼 ‘언제 먹는가’ 하는 문제가 중요하다는 뜻이지요.
몸의 10%, 생체 시계 따라 움직여
포유류의 생체 리듬을 조절한다고 알려진 부위는 뇌에 위치한 시상하부 교차상핵(SCN·suprachiasmatic nucleus)입니다. SCN은 Bmal1과 Clock이라는 단백질의 도움을 받아 작동하지요. 이 단백질들은 유전자 스위치에 붙었다가 너무 많이 붙었다 싶으면 다시 떨어져 나가는 것을 반복하는데 이 과정은 정확히 24시간이 걸립니다. 과학자들은 Bmal1과 Clock이 SCN의 뉴런(신경전달물질)을 움직인다고 믿습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는 SCN은 호르몬을 조절해서 심장과 혈관 등 몸의 다른 부위에 명령을 내리는데 SCN의 영향을 받는 몸의 부위는 약 10% 정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생체리듬은 잠자는 문제 외에도 효율적인 학습시기, 안전한 운전 시간 등 일상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면서도 아직까지 연구된 내용이 적은 편이라서 ‘미지의 영역’이라고 불립니다. 생체리듬에 관한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면 시차 적응, 수면장애, 우울증 등 시간과 관련한 우리 삶의 ‘골칫거리’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최근에는 관련 연구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는 추세에요.
피츠제럴드 박사 연구팀은 생체리듬을 당뇨, 대사 증후군, 비만 같은 질병과 연관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 병들의 공통점은 혈당 조절 능력이 망가져서 생긴다는 것이지요. 이들은 혈당 농도가 하루를 단위로 주기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에 주목해 연구 모델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실험을 해보니 보통 쥐들은 이른 아침에 혈당의 농도가 가장 높았지만 Bmal1과 Clock을 제거한 돌연변이 쥐들은 종일 혈당의 농도가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보통 쥐들은 인위적으로 인슐린을 주사해 혈당 농도를 낮췄을 때 자체 조절 시스템을 작동시켜 재빨리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돌연변이들은 낮아진 혈당을 다시 끌어올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돌연변이 쥐들이 꼭 나쁜 특성만 보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놀랍게도 이들에게는 지방질이 많은 음식이 원인이라고 알려진 ‘제2형 당뇨’ 증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답니다. 우리 몸은 밥을 먹으면 당을 많이 흡수해서 저장해 두었다가 부족하면 꺼내 쓰는데 시간 조절 단백질을 없앤 쥐들은 먹이를 섭취한 후에도 당을 저장할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지요. 즉, 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어도 혈당이 전혀 높아지지 않았다는 것인데 연구팀은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단백질이 당의 흡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지요.
피츠제럴드 박사는 논문에서 "사냥한 고기에서 패스트푸드까지, 식생활에 급격한 변화를 겪은 인류는 당뇨 같은 혈당 관련 병을 많이 얻게 됐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이번 논문은 이 같은 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데 음식 내용만큼 먹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물론 어떤 시간에 무엇을 먹는 것이 몸에 좋은가 하는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진행돼야 하겠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학습기억현상연구단 신희섭 박사는 "지금까지 생체 시계에 관한 연구는 ‘시계가 과연 거기 있는가’를 파악하는 방향으로 진행돼 왔다"면서 "생체 시계의 실체가 어느 정도 밝혀진 지금, 연구는 그 시계가 어디에 쓰일 수 있는가에 집중되는 추세"라고 설명했습니다. 신 박사는 또 "이 연구의 중요성은 생체 리듬이 혈당 조절과도 연관된다고 밝혀 당뇨 같이 혈당과 관련한 질병을 고치는데 생체 리듬 조절 단백질을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생체리듬과 음식의 관계가 이렇게 밀접한지 모르셨죠? 아침형 인간이 되려면 알람 시계를 여러 개 사는 것보다 식습관을 먼저 바꿔 생체 시계부터 조금 당겨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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