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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뗏목정치’ 그만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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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뗏목정치’ 그만 버려라

입력
2004.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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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정 아젠다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론의 흐름으로 굳어지고 있는 것 같다.10·30 재보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참패했는가 하면,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도 30% 미만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이해찬 총리의 거친 말에 대한 한나라당의 사과요구와 이에 대한 거부로 국회도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방분권의 차원에서 정부 여당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온 행정수도이전문제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좌측으로 가면서 우측깜박이를 넣는다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생겼고 정부 여당이 애써 ‘개혁법안’이라고 명명한 것을 ‘쟁점법안’으로 부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 모든 현상들은 정부 여당이 개혁의 상징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들을 많은 국민들이 더 이상 진정한 의미의 ‘개혁’으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게 되었는가.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개혁 아젠다는 실제로는 ‘이념적 아젠다’의 성격이 강했을 뿐, 민생과 직결된 ‘실용적 아젠다’와는 거리가 멀었다. 참여정부의 개혁이 실사구시의 ‘실재론(實在論)’보다 이름뿐인 ‘유명론(唯名論)’으로, ‘경쟁력제고 아젠다’보다 ‘편가르기 아젠다’로 전락한 것은 실로 유감이다.

개혁법안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흩어놓는 역할을 하고 있는 조짐은 분명하다. 국가보안법 폐지방침은 보수주의자들과 안보주의자들을 격분하게 만들었고 신문법은 언론에 종사하는 언론인들의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 사학법은 나름대로 건학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학교를 세우고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의 분노를 촉발시키고 있다. 또 과거사 규명법은 ‘21세기형 주홍글씨’를 새기는 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금모으기 운동’과 유사한 ‘마음 모으기 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마음 모으기’에는 어떤 이론들이 적합할까. 검은고양이든, 하얀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고양이론’도 가능하고, 새는 좌우날개로 난다는 ‘날개론’을 표방할 수도 있다. 또 ‘좌청룡우백호론’도 하나의 준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론이 없어 통합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생각해보면 정부 여당이 ‘분열법’을 줄기차게 밀어붙이려고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강을 건넜는데도 불구하고, 강을 건너는데 썼던 뗏목을 계속해서 지고 다니기 때문이다. 또 뗏목을 같이 타고 강을 건넜던 사람들에 대해서만 끈끈한 동지의식을 느끼고 있다. 최근의 공직인사가 ‘코드인사’나 ‘보은인사’로 비판받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금은 강을 건너 바다로 나온 상황이다. 대형선박으로 사람들을 잔뜩 태우고 바다의 격랑을 헤쳐나가려면 뗏목을 버려야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큰배를 운행하면서도 계속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던 시절을 생각하며 정치를 하니, ‘뗏목패러다임’을 위주로 한 ‘뗏목정치’가 펼쳐지는 것이다. 모름지기 큰배의 선장이 되었으면 ‘선박패러다임’에 의한 ‘선박정치’를 펴야 할 때가 된 것이 아닐까. 참여정부는 유달리 ‘혁신’을 강조하고 있어 일정 바쁜 정부고위관료들이 때로는 숙식도 같이하며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현상은 수수께끼다. 마음이 없어서인가, 아니면 몸이 따르지 않아서인가.

지금 정부 여당이 직면한 과제는 뗏목을 버릴 것인가, 아니면 뗏목을 계속 메고 갈 것인가 하는 문제다. 뗏목을 계속 메고 가겠다면 ‘이념적 아젠다’에 집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뗏목정치’가 아닌 ‘선박정치’를 펼칠 포부를 가지고 있다면, ‘개혁의 상징’이 아니라 ‘분열의 상징’이 되어버린 4대 법안 통과를 더 이상 고집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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