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 아시아영화 리메이크 바람이 불고 있다. 일본영화 ‘주온’(2000년)을 리메이크한 영화 ‘더 그러지’(The Grudge)가 10월 넷째 주(22~24일)와 다섯째주(29~31일) 연속 미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라 있고, 역시 일본영화 ‘쉘위댄스’(Shall We Dance?)를 리처드 기어, 제니퍼 로페즈 주연으로 리메이크한 동명의 영화도 2주 연속 5위권 내에 진입해 있다. 아시아영화가 할리우드 자본에게 알짜소재를 건져 올리는 황금어장의 대상으로 떠올랐다.‘더 그러지’의 흥행 돌풍으로 아시아영화 리메이크도 가속도가 붙었다. 시미즈 다카시 감독이 할리우드 자본으로 직접 리메이크 한 이 영화에 들어간 제작비는 1,000만 달러가 채 안 되지만, 미국 내에서만 7,0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리메이크는 호러영화 장르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2002년, 리메이크작 ‘링’이 미국 내에서 1억2,000만 달러를 벌어 들인 것을 분수령으로 현재 리메이크 작업 중인 호러 영화만도 6편이 넘는다.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사이코 스릴러 ‘카오스’는 영화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제작을 맡아 리메이크 작업을 하고 있으며, 월터 살레스 감독은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검은 물밑에서’를 할리우드 판으로 만들고 있다.
왜 할리우드는 일본 호러 영화에 빠졌을까. 영화가 보여주는 ‘보이지 않는 공포’에 크게 매료됐기 때문이다. 미국 호러영화가 눈에 보이는 인물, 사물을 등장시켜 공포감을 조성하는데 반해, 일본 호러영화는 으스스한 분위기로 관객들을 공포감을 자극한다.
일본영화를 시작으로 할리우드의 관심도 점점 넓어져 아시아 전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맷 데이먼을 주연으로 내세워 홍콩영화 ‘무간도’를 리메이크할 계획이다. ‘엽기적인 그녀’ ‘폰’ ‘선생 김봉두’ ‘장화, 홍련’ ‘올드보이’ 등 한국영화의 리메이크 판권이 대거 할리우드에 팔리면서, 어떤 영화가 가장 먼저 리메이크 될 것인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1순위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로 이르면 내년,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할리우드가 아시아 영화에 눈을 돌린 것은 소재 소갈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매년 아시아에서 엄청난 편수의 영화가 제작되고 있지만, 정작 미국시장에서 알려진 작품을 몇 되지 않는다. 때문에 좋은 소재의 작품을 골라 비슷하게만 만들어도 기본 흥행은 보장되는 셈. ‘쉘위댄스’가 별다른 각색 없이 인기 배우만 내세웠음에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왜 아시아 영화인가에 대해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자신의 설립한 영화사 ‘고스트 하우스 픽처스’를 통해 ‘더 그러지’의 제작을 담당했던 호러의 귀재 샘 레이미 감독은 "할리우드가 외국영화의 장점들을 빌려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영국에서 알프레드 히치콕을, 독일에서 에리히 폰 스트로하임을, 헝가리에서 빌리 와일더 감독을 할리우드로 모셔 왔듯이 이제 그 대상을 아시아 감독으로까지 넓힌 것"이라고 말한다. 자본의 힘으로 똘똘 뭉친 할리우드가 지금은 아시아에서 돈 냄새를 맡은 것이다.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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