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승리할 줄 알았고, 그것이 미국을 위한 길이라고 확신했다."3일 새벽 백악관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오하이오주 당국이 잠정투표 개표를 11일 후로 연기한다고 발표했지만, 부시 진영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승리를 자축했다.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은 "통계적으로 뒤집을 수 없는 표차로 재선에 성공했다"면서 "다만, 케리 후보에게 재고할 시간을 주기 위해 공식 승리선언을 미루겠다"고 말했다. 승자로서의 여유, 그리고 패자에 대한 야유를 보낸 것이다.
관저 2층에서 TV 2대를 통해 개표 방송을 지켜보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 부부, 부인 로라 여사, 두 딸 등 가족 20여명은 서로 부둥켜 안고 노고를 위로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백악관 남쪽 잔디광장에 모인 지지자들은 밤을 새워 "부시!"를 연호하며 축제분위기에 빠졌다.
부시 진영은 이날 플로리다에서 승리한 뒤 오하이오의 개표 결과를 초조하게 지켜보았다. 그러나 백악관 참모들이 "오하이오에서도 승리가 확실하다"고 보고하자 부시 대통령은 "너무 행복하다. 난 내가 이길 줄 믿고 있었다"고 기뻐했다. 이 소식은 백악관 밖으로 급속히 퍼져나가 전국의 공화당 지지자들을 흥분케 했다.
부시 대통령은 개표 초반부터 재선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개표가 시작된 직후 기자들에게 "매우 고무적"이라면서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결과를 지켜 볼 수 있어 기쁘다. 매우 흥분되는 밤"이라고 승리를 낙관했다.
개표초반 출구조사 결과가 부시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나오자 백악관에는 일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백악관의 핵심 참모들은 대부분 "출구조사는 잘못됐을 것"이라며 확신의 끈을 놓지 않았다. 스콧 맥클레런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플로리다와 오하이오에서 지난 2000년 대선 때보다 더 크게 앞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자정이 지나면서 플로리다 등 격전주에서 부시 대통령이 예상 이상으로 선전하자 백악관에는 아연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부시 대통령의 정치 고문인 칼 로브는 시시각각 집계되는 개표 결과를 분석하면서 "이겼다"고 손을 불끈 쥐었고,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해 종종걸음으로 관저를 들락거렸다. 부시 대통령은 플로리다 주지사인 동생 젭 부시와 전화통화를 하며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플로리다에서 낙승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플로리다가 부시 대통령 쪽으로 쏠리자 백악관은 재선 축하연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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