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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환경집단소송제 오래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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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환경집단소송제 오래 끌었다

입력
2004.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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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희망적인 이야기가 들려온다. 환경집단소송제의 입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21세기의 중요 테마 중 하나인 환경 문제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때늦은 감이 있지만 기대해 볼 만한 일이다.환경문제는 피해자의 광범성, 피해지역의 광역성, 피해의 불가역성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누구도 환경피해를 피해 가기 어렵기 때문에 사전예방적 정책이 중요하지만 미처 피해를 방지하지 못했다면 피해유발자에게라도 책임을 분명하게 물어야 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 보상 차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법 위반자에 대한 억제적 효과로서 책임 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나라는 이러한 공공의 집단피해에 적합한 법·제도 제정을 게을리했다. 서구에서는 1세기 전부터 시행해 오던 제도를 경제 발전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방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환경 분쟁은 해결점을 찾기보다는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소외계층 양산 및 지역 차별 심화로 인권침해적 요소마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소송 과정에서도 법원은 다수 피해자를 심리해야 하고, 판결의 불일치를 막기 위해 심지어 다른 소송의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소송 불경제를 감수해야 했고, 원고들도 다수가 사회적 약자이다 보니 소송을 포기하거나 소송을 진행해도 피해에 노출된 채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판결을 기다려야 했다.

이제 무엇이 경제 발전에 필요한 제도인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때이다. 환경을 무시하고 21세기의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현재의 국제법 흐름이나 상품시장을 분석해 보면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쟁력 있는 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라도 비환경적이고 반환경적인 기업은 시장에서 축출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경제 지상주의 아래서 오히려 시장경제의 원칙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한 측면이 있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제 다른 분야에서는 확고하게 구축된 시장 논리와 마찬가지로 환경경제 부문에서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책임을 지는 사회정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누군가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며 경제 우선 논리를 주장하는 기업들이 많다. 환경부가 시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환경집단소송제는 사실 이번에 처음 입안된 것은 아니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논의가 86년에는 행정소송법 개정안으로, 90년에는 법무부의 집단분쟁처리절차법안으로 입법청원으로까지 진행됐으나 흐지부지되다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 차관 도입 과정에서 제안된 증권집단소송제만 급물살을 타며 내년 시행으로 발전된 것이다. 사회가 민주화되어 군부독재 정권 시대에서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로 오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구호만 가지고 국민들이 사회정의의 실현을 체감하기에는 아직도 법과 관행은 여전히 구시대의 작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환경집단소송법은 기존 법 체계에 빠져 있는 두 가지 사항을 반드시 반영해야 할 것으로 본다. 원고 적격의 문제와 판결의 효력 범위 문제이다.

첫째, 피해자의 대표나 일정한 요건을 갖춘 단체가 원고로서 소송이 가능해야 지금의 소송 불경제 문제를 해결하고 피해자 구제에 만전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판결의 효력이 당사자가 부정하지 않는 한 일정한 범위의 피해자에게 공통으로 인정되어야 집단소송제의 실익이 있을 것이다. 나와 타인 그리고 후손들을 위한 환경 보전과 책임 규명을 위한 환경집단소송제가 국민의 합의를 얻고 있음이 확인되고, 국가적 낭비를 줄이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권리 구제 수단으로 자리잡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국민이 환경집단소송제로 얻는 것은 권리의 신설이 아니라 권리의 회복임을 명심해야 한다.

조성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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