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나무의 종류가 같으면 가을에 낙엽도 비슷한 색으로 물들 걸로 생각한다. 그러나 같은 느티나무도 어떤 나무는 노랗게 물이 들고, 또 어떤 나무는 주황빛으로 물이 든다. 또 산속에 붉게 물든 나무는 모두 단풍나무인 줄 아는데, 단풍나무보다 더 붉게 물드는 나무가 붉나무다. 아마 단풍이 붉다고 해서 붉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을 것이다.어릴 땐 약이 귀했다. 꼴을 베다가 손을 베면 할아버지가 산에 가서 붉나무 가지 몇개를 잘라와 나무 줄기에 상처를 내 불에 쬐어, 그 진을 다시 숟가락으로 걷어 우리 손에 발라주셨다. 이상하게 그걸 바르면 상처가 덧나지 않고 금방 아물었다.
내가 그 이야기를 하니까 바닷가에서 자란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손을 베었을 때 갑오징어 뼈를 말린 걸 갈아 그 자리에 뿌리면 금방 피가 멎고 상처가 덧나지 않았다고. 산촌에서 자란 우리는 나무나 풀에서 약을 구했고, 바닷가에서 자란 그는 바다에서 약을 구했던 것이다.
어제 무슨 일을 하다가 손을 조금 베었다. 얼른 구급약통에서 머큐로크롬을 꺼내 바르는 중에 그 생각이 났다. 그 시절엔 도처에 생약과 명의가 있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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