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자존심을 걸고 초고속 컴퓨터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 NEC는 자사의 최신형 슈퍼컴퓨터 ‘SX-8’이 미국 IBM의 ‘블루진/L’을 따돌리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컴퓨터 자리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SX-8의 처리속도는 약 65테라플롭스(teraflops)로, 36.01테라플롭스를 기록한 블루진/L보다 2배 이상 빠르다. 1테라플롭은 1초에 1조 번의 계산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NEC의 발표가 있자마자 IBM도 "2005년께 260테라플롭스 짜리 블루진/L 후속 모델을 내놓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NEC는 앞서 2002년 발표한 ‘어스 시뮬레이터’(35.86 테라플롭스)로 줄곧 세계 최고속 컴퓨터 생산업체의 명성을 누려오다 지난달 29일 등장한 블루진/L에 0.15 테라플롭스 차로 왕좌를 뺏긴 바 있다. 당시 미국 컴퓨터 업계는 "컴퓨터 종주국의 자존심을 회복했다"며 대대적으로 자축했다. 일본 언론은 덩달아 "미국이 ‘일본 따라잡기’를 위해 블루진/L을 개발했다"고 보도하면서 NEC와 IBM간의 슈퍼컴퓨터 경쟁은 미·일간 ‘기술 전쟁’으로 부각됐다.
NEC는 총 512대의 컴퓨터와 4,096개의 중앙처리장치(CPU)를 병렬 연결하는 기술을 이용해 불과 1개월 만에 IBM의 기록을 앞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IBM이 내놓을 블루진/L의 후속 모델은 64대의 컴퓨터 묶음(랙)과 13만개의 CPU를 사용할 예정이다. 기존 블루진/L에는 총 1만6,250개의 CPU가 사용됐다. 이런 슈퍼컴퓨터를 들여 놓으려면 테니스코트 만한 공간이 필요하며, 연간 운영비만 12만 달러(1억4,000만원) 가량이 든다.
한편 세계 100대 슈퍼컴퓨터 리스트에는 한국산 컴퓨터가 단 한 대도 없어 자칭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명성을 무색케 했다. 국내에서 가장 빠른 컴퓨터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보유한 IBM사의 ‘엑스시리즈’ 슈퍼컴퓨터로, 3.07테라플롭스(세계 45위)의 성능을 지녔다.
정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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