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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소설가 박범신의 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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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소설가 박범신의 문신

입력
2004.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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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갑을 앞둔 소설가 박범신(58)씨가 왼팔에 상어 문신을 새겼다. 13년간 몸담았던 명지대에 사표를 내기 직전인 지난 겨울, 아내와 미국여행을 가서 새겼다는데, 문신을 본 이들마다 "멋지기가 이를 데 없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이 ‘문신의 사나이’가 몇년째 집필실로 쓰던 경기 용인의 글방을 처분하고 삭발까지 감행한 채, 강원 원주의 토지문화관에 들었던 지난 겨울의 일이다. 대중목욕탕에 가서 탕에 몸을 담그고 앉았는데, 아무도 그 탕 속에 들지 못하더란다. 군살 없는 단단한 체구에 까무잡잡한 얼굴, 부리부리한 눈과 굵은 눈썹은 삭발과 대비돼 더 도드라져 보였을 테고, 거기다 미학적으로 절제된 문신이라니… 자기가 봐도 영락없는 조폭이더라는 것이다.

그런 그가 최근에는 서울 평창동 집 근처 헬스장을 부지런히 드나들며 몸을 만들고 있다. "알통 좀 만져보라"며 지인들 앞에서 힘까지 줘보인다는 풍문도 들린다.

묻지 말자. 왜 문신을 새겼고, 왜 하필 상어였는지. 뭔가 색다른 까닭과 사연이 있을 것도 같은 몸 만들기의 속내도 일단 덮어두자. 다만 목욕탕에서 튀기 위해 새긴 문신이 아니고, 줄곧 운동이라고는 모르던 그가 ‘몸짱’ 되자고 아령을 든 것이 아님은 묻지 않아도 알 일이다. 마루야마 겐지는 소설 ‘무지개여, 모독의 무지개여’에서 금방 끓다 식는 발분(發憤)이 아닌, 정신의 우물 깊은 곳에서 끊임없이 솟구쳐 전 생애를 지배할 영원의 힘을 문신에서 찾기도 하지 않던가.

어쩌면 그가 결코 짧지 않은 기간 헌신했던 대학교수직을 접은 것 역시 일련의 ‘사건’들과 무관하지 않을 일이다. 소설집 ‘빈방’이 나온 게 엊그젠데, 벌써 그의 새 작품이 기다려지는 까닭이기도 하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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