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민을 우롱하는 건가요?"1일부터 판매될 예정이었던 서울시 신 교통카드 ‘티머니(T-Money)’의 고급형 발매가 슬그머니 또 다시 연기됐다. 지난 7월1일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맞춰 동시 발매하기로 한 이후 벌써 네번째다.
티머니 운영업체 한국스마트카드는 2일 "당초 1일부터 고급형 티머니 카드를 판매하기로 했으나 현재 확보하고 있는 물량이 부족해 2주후로 발매를 늦췄다"고 밝혔다.
쇼핑 등으로 쌓은 마일리지를 대중교통 요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고급형 티머니는 서울시가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하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신 교통카드를 도입하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로 그 카드로 교통카드와 별 차이가 없는 보급형 티머니와 달리 OK캐쉬백과 LG정유 등 다양한 제휴카드와 연계, 마일리지를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다. 시는 향후 택시요금과 시가 관리하는 자동판매기, 남산 1,3호터널 혼잡통행료, 공용주차장 이용요금, 고궁 입장료 등에까지 고급형 티머니 사용범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7월 두 차례를 비롯해 10, 11월 등 벌써 네번째 발매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이를 모르고 이 카드를 사기 위해 편의점 등을 찾았던 시민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직장인 진모(30·여)씨는 "평소 안 쓰고 모아둔 마일리지가 많아 고급형 카드를 사려고 편의점을 세 군데나 돌았다"며 "준비가 안됐으면 안 됐다고 사실대로 알려야지 왜 홍보를 계속해 시민을 골탕 먹이는지 모르겠다"고 짜증스러워 했다.
서울시와 한국스마트카드는 사정이 이런데도 발매연기는 전혀 알리지 않은 채 시 홈페이지와 인터넷신문 ‘하이서울뉴스’ 등을 통해 대대적인 홍보에만 치중했다. 심지어 시 교통국 홈페이지에는 발매 예정일인 1일까지 접속만 하면 저절로 창이 뜨는 ‘팝업 안내문’이 올려져 있었다.
시 관계자는 "보급형 카드는 추가요금 1,000원만 내면 고급형으로 교체할 수 있어 130만명에 달하는 기존 보급형 사용자들이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며 "발매를 시작해놓고 카드가 동나는 상황보다는 연기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