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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미국의 선택/투표분쟁 대비 변호사 1만명 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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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미국의 선택/투표분쟁 대비 변호사 1만명 대기

입력
2004.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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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빙 대선의 끝은 어딜까. 미국의 선거 전문가 및 운동원들도 어느새 결과예측을 포기하는 분위기다. 대신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후보 진영은 ‘법정 대선’에 대비해 각각 1만 여 명의 변호사들을 비상 대기시켜 놓았다.그만큼 투표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거나 자칫 한쪽이 불복해 사법부가 승패를 가리는 민의왜곡 현상이 재연될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교과서로서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기현상은 원천적으로 민심을 제대로 담지 못하는 낡은 선거시스템에 기인한다.

뉴욕타임스가 20일자의 1면 제호 위에 ‘자, 승자독식 싸움이다(Now, it’s winner take all)’라는 붉은 구호를 올리면서까지 비꼬았듯이, 한 표라도 더 얻으면 주(州) 전체를 독식하고 한명이라도 더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하면 대통령이 되는 복잡한 시스템이다. 이 제도는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의 지적대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면 이중적 ‘카지노 민주주의’로 전락하고 만다.

때문에 지난 대선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부시 후보보다 53만 여 표를 더 얻고도 선거인단수에 밀려 대권을 놓쳤듯이, 이번에는 부시 대통령이 득표를 많이 하고도 선거에 패할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진다. 워싱턴포스트는 플로리다 등 11개주 선거결과에 따라 두 후보의 선거인단 확보수가 269대 269로 비기는 시나리오를 무려 33가지나 내놓았다. 선거인단이 동수이면 공화당 우세인 하원이 대통령을 뽑는 ‘의회 대선’이 되고 만다.

4년 전 ‘플로리다의 악몽’의 주범인 원시적 투표방식은 이번에도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일부 주에선 전자투표기를 도입했지만,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데다 검표방법도 마땅치 않은 형편이다. 네바다주의 경우 투표한 뒤에 이를 종이로 복사해 보관토록 했지만, 두 기록의 합계가 일치하지 않으면 법적 분쟁 소지가 있다. 두 후보 모두 결코 양보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선거인단 20명의 오하이오 주는 전체 투표의 70%가 플로리다식 펀치카드 방식이다. 하나같이 재검표 소동으로 개표 과정을 지연시킬 요인들이다.

더욱이 ‘민의를 보다 폭 넓게 반영한다’는 취지로 이번에 새로 도입한 이른바 ‘잠정투표(provisional vote)’도 태풍의 눈이다. 투표소의 등록명부에 없어도 투표를 허용했지만 주마다 어떤 때 득표로 간주할지, 언제까지 집계할지 가이드라인이 틀려 연방법원이 개입 중이다.

미국은 어느 때 보다 투표열기로 달아올랐다. 하지만 갈라진 민심을 통합할 수 있는 선거제도의 미비로 미국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고 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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