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일 아침 고향 텍사스 크로포드 목장 부근의 소방소에 차려진 투표소에 로라 부시 여사, 쌍둥이 두 딸 제너 바버라와 함께 나와 한 표씩을 행사했다.부시 대통령은 투표 후 기자들에게 "미국의 안보와 번영이 이번 투표에 달려 있으며 미국인의 판단을 믿는다"며 "4년 더 미국을 이끌 것"이라고 승리를 확신했다.
부시 대통령은 투표일엔 선거운동을 하지 않는 관례를 깨고 이번 대선의 최대 접전지 중 하나인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 들러 마지막 유세를 한 뒤 백악관으로 돌아가 선거 결과를 지켜봤다.
선거일 전날인 1일 부시 대통령은 무려 19시간 동안 6개 주의 유세장 7곳을 누볐다. 2000년 대선 전날의 가벼웠던 일정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는 이른 새벽녁부터 오하이오를 출발, "가자, 승리로"라고 외치며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아이오와 뉴멕시코, 텍사스 댈러스를 거쳐 밤늦게야 크로포드 목장에 도착했다.
부시 선거 진영은 밤사이 지지자들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e-메일을 보내 "이 메일을 5명에게 더 전달하라"고 요청하는 등 마지막까지 득표 활동을 폈다. 딕 체니 부통령도 부시 대통령의 지지가 상승하고 있는 하와이를 방문하는 등 유세에 총력을 쏟았다.
부시 선거운동을 총괄해온 칼 로브 백악관 고문은 "우리는 전국 유권자 득표에서도 3% 포인트 이상 더 얻을 것"이라며 승리를 장담했다.
존 케리 후보는 투표일 아침 위스콘신 라 크로세에서 자원봉사자들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유인물을 나눠주며 마지막까지 한 표라도 더 줍기 위해 긴장을 풀지 않았다. 케리 후보는 "우리는 미국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의 판단에 상식과 진실이 다시 통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리 후보는 행사 후 고향인 매사추세츠 보스턴으로 돌아가 한 표를 행사한 뒤 지금까지 선거 날마다 그랬던 것처럼 유니온 하우스에서 점심을 먹었다.
부인 테레사 하인츠와 크리스 및 안드레 등 아들들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자택에서 투표한 뒤 케리와 합류했다.
180일 동안 백악관을 차지하기 위해 대장정을 벌인 케리 후보는 전날 이른 아침 플로리다를 출발해 미시건 오하이오를 도는 20시간의 강행군을 한 뒤 라 크로스에서 밤을 지냈다.
케리 후보는 밀워키 유세장에서 비를 맞은 채 "부시 대통령은 평화를 가져올 계획도 없이 전쟁을 강행했다"며 "여러분은 이 나라의 진로를 바꾸기 위해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리 후보의 선거 대변인 조 록하트는 "중요한 접전지에서 케리 의원이 상당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플로리다와 오하이오는 물론 뉴햄프셔와 네바다가 케리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빅3’판세 엎치락뒤치락
"빅 3를 주목하라.’마지막까지 접전을 보여온 미국 대통령 선거의 승패는 대규모 선거인단이 걸린 플로리다(27명) 펜실베이니아(21명) 오하이오(20명)주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모두 68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3개 주의 판세는 1일에도 조사기관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후보간 우열이 뒤바뀔 정도로 혼전이다. 1996년과 2000년 대선의 결과를 근접하게 적중시킨 조그비는 2000년 대선 때처럼 플로리다가 차기 백악관 주인을 결정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그비의 추적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시와 케리는 플로리다에서 완벽하게 동률이고 나머지 지역에서 각각 선거인단 247명과 264명을 확보했다.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은 270명이므로 플로리다를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는 것이다. 특히 나머지 49개 주와 워싱턴 DC의 판세는 거의 2000년 대선의 재판이다. 4년 전 부시가 승리했던 뉴 햄프셔(4명)주가 케리로 넘어올 가능성이 큰 게 그나마 다를 뿐이다. 조그비 여론조사 결과 오하이오는 부시가 6% 포인트, 펜실베이니아는 케리가 4% 포인트 각각 앞섰다.
반면 하루 전에 발표된 갤럽 조사에서는 부시가 펜실베이니아에서 4% 포인트 우세를 지켰고, 케리는 플로리다(1%), 오하이오(4%)를 차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서부 접전지중에서는 미네소타(10명)는 케리 쪽으로 기울었으나 위스콘신(10명)에선 공화 민주 양측 모두 투표장에서 승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밝혔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이 승리했던 아이오와(7명)주는 부시 우세주로 분류하는 여론조사가 많다. 전문가들은 부시가 플로리다를, 케리가 펜실베이니아와 오하이오를 차지할 경우 위스콘신의 선거 결과가 당락을 결정지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이모저모/"이렇게 높은 투표열기 본 적 없다"
사상 유례없는 박빙의 승부가 점쳐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2일 새벽 0시(한국시각 오후 2시) 북동부 끝 자락의 뉴햄프셔주 산골 마을 하트와 딕스빌 노치를 시작으로 미 전역에서 막이 올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불과 수분 만에 투·개표가 완료된 하트에서 16표를 얻어 14표의 존 케리 후보를 앞섰으며, 전통적 공화당 우세지역인 딕스빌 노치에서도 19표로 케리 후보를 12표차로 제치는 등 기분좋은 출발을 했다.
투표 열기는 예상보다 훨씬 높았다. 펜실베이니아, 노스 캐롤라이나 등 투표가 먼저 시작된 동부지역의 거의 모든 투표소는 투표 시작 전부터 유권자들로 넘쳐났다. 일부 유권자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투표하러 나온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놀라기도 했다.
문제점도 노출됐다. 메릴랜드주 저먼타운에서는 투표기계가 작동하지 않아 유권자들이 급조해 만든 투표용지로 투표했고 플로리다주 볼루시아 카운티에서는 투표기계의 메모리 카드가 고장나 1만 3,000건의 투표가 계산되지 않았다. 유권자 등록절차와 투표소 위치 등에 대한 불만과 "투표소가 늦게 문을 열었다"는 항의의 목소리도 잇따랐다.
오하이오주 연방 항소법원은 이날 당 관계자의 투표소 출입을 금지한 1심 판결을 뒤엎고 유권자의 적격여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선거감시요원을 배치할 수 있다고 판결해 공화당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국제유가는 2일 오전 뉴욕상업거래소(NYMEX) 장외거래에서 케리 후보 승리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WTI)가 전날보다 26센트 떨어진 배럴당 49.87달러에 거래돼 이틀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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