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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 때 임파종 말기 통보 美 숀 스와너, 유럽종양학회 세미나서 용기의 삶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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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 때 임파종 말기 통보 美 숀 스와너, 유럽종양학회 세미나서 용기의 삶 강조

입력
2004.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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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암과 싸우고 있지만 앞으로 킬리만자로, 맥킨리 등 세계 7대 최고봉을 모두 오르는 것이 꿈입니다. 투병 중인 암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스스로에게 용기와 격려와 희망을 불어넣는 것이지요. 저는 그것을 위해 에베레스트에 올랐던 것입니다."1일 오스트리아 빈에 모인 세계 최고의 암 전문의 100여 명은 연단에 선 미국 청년 숀 스와너(Sean Swarner·29)씨의 연설에 숨을 죽였다. 일부에서는 "아~" 하는 감탄의 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날 유럽종양학회 세미나에서 냉철하기 이를 데 없는 의과학자들을 감동시킨 스와너씨는 2002년 5월 16일 암 환자로는 처음으로 세계의 지붕에 서는 쾌거를 이룬 인물.

그는 "환자 세미나는 정말 환상적인 아이디어입니다. 제가 암 진단을 받은 어린 시절에 이런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라며 체험담을 이어갔다.

정복할 수 없는 것을 정복한 그의 인생은 13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날 농구를 하는데 무릎이 끊어질 듯 아프더니 가족조차 저를 몰라볼 정도로 몸 구석구석이 붓기 시작했어요. 곧바로 병원을 찾았는데 호츠킨 임파종 말기라고 했어요. 림프 조직이 파괴되는 무서운 병이지요. 세 달밖에 못 산다는 선고를 받았지만 천운이었는지 열 달간 치료 끝에 진정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시련은 이제 시작이었다. 1년여 만에 다시 폐에서 골프공 크기의 악성종양이 발견됐다. 이번에는 겨우 14일밖에 못 산다고 했다. 100만 명 중 3명꼴로만 발병한다는 애스킨병. 대부분의 시간을 병상에 누워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 화학요법 치료를 받은 지 채 1주일도 안 돼 오하이오에서 열린 800m 육상경기에 나가 우승을 따냈다. 암환자들을 위한 정신치료사가 되기 위해 대학을 마쳤고 대학원 과정도 다녔다. 그러나 자신의 의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지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오르는 것보다 인간의 정신적·육체적 능력을 입증해 보일 이벤트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그 때 에베레스트가 제게 다가온 겁니다."

어렸을 때의 운동신경 하나만 믿고 인공암벽 훈련을 시작했다. 동생이 기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큰 도움을 주었다. 플로리다 잭슨밸리에서 콜로라도까지 난코스를 수 년간 연습한 끝에 암 선고 14년 만에 마침내 에베레스트에 올랐다. 그가 정상에 꽂은 깃발에는 100명의 암 투병자와 후원자들 이름이 자랑스럽게 적혀 있다.

"제가 암과 싸울 때 친구들은 여자애들 쫓아다니기에 바빴고 메이저리그 야구 카드 모으기, 머리 스타일 새로 바꾸기에 몰두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머리카락도, 나를 좋아해 줄 여자친구도 없었습니다. 세상에 내버려진 것 같았습니다."

그는 ‘암등산가협회’(www.cancerclimber.org)라는 단체를 만들어 암 환자들을 돕는 일도 하고 있다. "에베레스트에 도전한 4명 중 1명 꼴로 죽는다는데 저는 그 1명에 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세미나장은 우뢰와 같은 박수 소리로 물결 쳤다.

그는 요즘도 암 환자들에게 체험담을 소개하며 용기를 불어넣어주는가 하면 7대 최고봉 도전을 위해 맹훈련을 하고 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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