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일에도 열리지 못했다. 벌써 엿새째다. 미국 대선 투표가 진행되고 각종 법안과 민원들이 밀려있어도 국회의 문은 굳게 닫혀있다.누가 이 문을 열 것인가. "내가 열겠다"는 시원한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네가 사과하라"는 아우성만 가득하다. "뺨 때린 사람이 먼저 사과해야 하는 게 당연한 이치 아니냐"는 야당 얘기도 일리가 있고, "허구한 날 입만 열면 좌파라고 색칠해대는 야당의 버릇을 이번에는 고치겠다"는 여당의 다짐도 그럴듯하다.
이렇게 ‘네 책임’만 부르짖는 상황에서는 국회 정상화는 요원하다. 다툼이 있고 좀처럼 당사자들이 화해를 못할 때는 순리를 따르면 된다. 여기서 순리는 ‘결자해지’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이해찬 총리의 ‘차떼기 당’ 발언이 파행의 원인이었던 만큼 이 총리가 나서라는 말이다.
아무리 소신이라 할 지라도 국회 답변대에 선 총리가 할 얘기는 아니었다. 더구나 이 총리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독선에 저항했던 민주투사였고, 지금은 총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지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5선 의원이다. 그런 그가 스스로 판을 깰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죽하면 여당 내에서도 이 총리의 사과론이 나오겠는가.
이 총리는 취임 초 올바른 대야관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며 협력하겠다는 다짐이었다. 지금 상황은 그런 다짐과는 거리가 멀다. 이 총리측에서 뒤늦게나마 대국민 유감 표명의 얘기가 나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국회 파행을 풀 의지가 있다면 야당에 직접 사과하는 ‘통 큰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 지고도 이기는 도량을 이 총리에게 기대해본다.
이동국 정치부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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