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시장에서 일본을 거세게 추격하고 있는 한국을 향해 일본이 대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일본 마쓰시타는 2일 LG전자가 자사의 PDP 특허를 침해했다며 도쿄법원과 세관에 LG전자 PDP 모듈에 대한 수입금지 가처분 및 통관보류 신청을 냈다. 이에 맞서 LG전자는 정면 대응을 선언, 양국 업계의 특허분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번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양국 업계의 PDP 특허 분쟁은 지난 4월 삼성SDI와 후지쓰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이다.◆특허 분쟁의 쟁점
마쓰시타는 LG전자가 PDP 패널과 관련된 자사 특허 5건을 침해했으며, 특히 그중에서도 뜨거워진 PDP 패널을 식혀주는 방열기술과 관련된 특허 2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지난해 8월부터 진행된 ‘크로스 라이선스’ 협상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특허료를 더 받아내기 위해 마쓰시타가 수입금지 신청을 냈다고 보고 있다. ‘크로스 라이선스’ 협상은 서로 특허를 갖고 있는 업체가 기술이나 로열티 등을 주고 받는 것으로 특허문제를 해결하는 것. LG전자는 자사가 보유한 PDP 관련 특허 5건에 대해 마쓰시타에 특허권을 요구하고 있다.
LG전자 특허센터장 함수영 상무는 "양사가 보유한 특허가치는 동등한 수준이며 고화질, 선명도 등 PDP 핵심기술에서는 오히려 LG전자의 기술이 우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정면 대응에 나선 LG전자
LG전자는 마쓰시타의 조치가 사법기관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공정 행위라고 판단, 일본 현지에서 맞소송을 벌이고 마쓰시타의 한국내 판매제품에 대한 수입제재를 정부에 건의키로 하는 등 정면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또 미국 등 전 세계에서 마쓰시타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벌이는 한편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도 추진하는 등 전면전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이날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마쓰시타의 글로벌 비즈니스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표현할 만큼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함 상무는 "일본세관이 통관보류 조치를 취한다 해도 LG의 PDP 수출물량 중 일본으로 가는 것은 매달 수백 대 밖에 안돼 수출 및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일본의 한국 발목잡기 계속된다
전문가들은 삼성SDI와 후지쓰에 이은 LG전자와 마쓰시타의 특허분쟁은 일본이 PDP 등 첨단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한국에 대한 공세를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풀이하고 있다.
2001년까지만 해도 세계 PDP 시장은 일본이 97%를 차지했으나 올해 한국과 일본의 시장점유율이 각각 47%, 4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될 만큼 한국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다. 더욱이 일본은 액정표시장치(LCD) 분야에서 한국에 주도권을 빼앗긴 경험이 있다. 결국 한국 업체들이 공격적인 투자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자 일본 업체들이 지적재산권 등을 무기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분석이다.
LG경제연구원 한수연 연구원은 "소극적인 투자로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주도권을 내줬던 일본 기업들이 올들어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PDP에 이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첨단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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