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국가보안법 태스크포스(TF)가 2일 마련한 국보법 개정시안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논쟁의 핵심이던 ‘정부 참칭’ 의 과감한 삭제다.그간 참칭은 당내서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처럼 인식됐지만, 이번 시안을 통해 삭제가 가능하다는 뜻을 내보인 것이다.
한나라당은 3개 시안 중 2개 안에서 "참칭 정의가 북한을 대한민국의 주권과 대립하는 반국가단체로 무조건 규정하므로 남북한의 평화적 관계 변화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삭제했다. 대신 "현행 국보법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 규정만으로도 현재의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국가 안보를 효과적으로 지킬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북한을 무조건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는 것은 피하되 상황에 따라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할 수 있도록 절충점을 마련한 셈이다. 이는 "참칭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당내 소장파는 물론 "참칭 삭제도 가능하다"고 밝혔던 박근혜 대표와의 의중과도 닿아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대여협상에서 타협 공간이 넓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시안에 대해 당내 보수파를 중심으로 이론이 많아 확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북한이 위장전술 차원에서 노동당 규약을 수정할 경우 북한을 규정하는데 문제가 발생한다"는 반론이 대표적이다. 국보법 TF내에서도 현재 찬반양론이 팽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 반인권 조항으로 지목돼온 10조 불고지조항은 3개안에서 모두 삭제한 점도 시선을 모으는 대목이다. "인륜에 반하고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를 직접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 삭제의 이유다. 이는 국보법 개정 논의 초기 ‘직계존비속까지는 형을 면제한다’는 당 방침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국보법 TF내에서도 삭제에 이론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1안에서 찬양고무(7조) 회합통신(8조)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도’ 부분을 ‘할 목적으로’로 개정, 전제조건을 구체적으로 정의했다. 법 적용 대상을 구체화, 엄밀화 함으로써 남용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 역시 TF내에서 이견이 없어 최종 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은 3개 시안을 골격으로 국보법 TF내의 논의를 거쳐 11월 중 최종 당론을 확정할 방침이다. 그러면 국가보안법 폐지와 형법보완을 최종 당론으로 확정한 우리당과의 국보법 개폐 협상에 착수한다. 가장 전향적 내용을 담은 1안의 경우도 우리당의 법안과는 거리가 상당해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협상이 시작되면 절충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당직자는 "우리가 참칭 삭제 등 전향적 카드를 내밀면 여당도 국보법 폐지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어 타협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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